윤혜원 기자

“엄마~ 나 엄마한테 보여줄 거 있어. 상 받았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입학해 처음 받는 상이어서 나도 신기했다. 상을 어떻게 받게 됐는지 종알종알 얘기를 나누다 나는 당연하게 “친구들 박수도 많이 받았겠네?” 그랬더니 “아니~ 친구들은 몰라. 선생님이 나만 몰래 불러서 상장 주신 거야”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큰 상은 조회 시간에 전교생이 모인 앞에서 단상에 올라 교장 선생님께 받고, 작은 상도 교실에서 반 친구들의 박수를 받으며 담임선생님께 받던 것을 당연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 나 상 받았다” “친구들 박수도 받았겠네?” “아니~ 선생님이 친구들 몰래 주셨어” 예상 못 한 대답에…
2학기가 되면서 아이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영어책 읽기 온라인 프로그램’에 부쩍 열심이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전국 독서대회를 연다고 해 딸이 꽤 고무되어 있었다. 아이는 스스로 등교 전 1시간씩 일찍 일어나 영어책 3권을 읽고 퀴즈를 풀었다. 부상으로 목도리도 받을 수 있다며 일요일에도 참여할 정도로 아주 열심이었다. 어른인 나도 저렇게는 못 할 텐데…
1학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딸은 목표를 달성했다. 프로그램에는 상장과 부상을 교장 선생님께 전달한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그때도 아이가 함박웃음으로 상장을 펄럭이며 내게 달려왔다. “선생님이 나 몰래 부르시더니 엄마한테 칭찬 많이 받아~ 하며 주셨어”
그동안 옆에서 봐왔기에 딸의 그 소중한 노력을 이렇게까지 쉬쉬해야만 하는 것인가 좀 기이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독서 프로그램을 실제로 열심히 하는 아이는 반에서 자기와 친구 한 명 정도라고 했다. 만약 아이가 상을 받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다른 친구들이나 학부모들도 그 프로그램을 잘 활용한다면, 서로에게 좋은 것 아닐까.
알고 보니 학교에서 상을 주는 제도나 분위기가 이렇게 바뀐 이유는 ‘악성 민원’ 때문이었다. “왜 상 받는 아이들을 단상에 올려보내서 위화감을 들게 만드나요?” “우리 아이는 왜 상을 받을 수 없는 거죠?” “공정하게 뽑은 거 맞나요?” 학교도 이런 민원에 시달리다 아이들이 안 보는 곳에서 상을 주기로 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는 민원을 완전히 차단하고자 아예 상 주는 대회 자체를 없애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단다. ‘아하! 그래서 글짓기 대회도, 미술 대회도 안 했구나. 운동회 때 달리기도 등수로 나누지 않더니 맨 마지막에 의도적으로 청팀과 홍팀의 대결을 무승부로 끝냈구나!’
과연 상을 받지 못하고 앞서지 못하는 아이들은 기가 죽고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대회나 경쟁이 아이들을 서열화하기만 하는가.
나는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때 누가 이겼었는지, 글짓기 대회에서 누가 상을 받았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친구와 숲속에 자리를 잡고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느끼며 글을 쓰고 서로 킥킥 웃던 장면이 아직까지 마음에 진하게 남아 있다.
아주 친한 친구가 상을 받았을 때 그 친구를 참 좋아하면서도 질투가 나 속으로 ‘왜 이런 이상한 마음이 들지? 진심으로 축하해 줘야 하는데 잘 안되네’ 하며 내 마음을 다독였던 기억도 난다. 동시에 별로 친하지 않은데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친구를 보며 ‘아, 나도 저렇게 마음을 넉넉하게 쓰고 싶은데… 저 친구 되게 멋있네’ 생각하기도 했다.
“왜 상 받는 아이들을 단상에 올려보내 위화감을 들게 만드나요?” 악성 민원에 학교는 대회 자체를 없애
한번은 내가 매일매일 연습을 해 노래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친구가 “너네 엄마가 교장 선생님한테 돈봉투 줘서 금상 받은 거라며?” 했다. 그때 ‘정말로 노력하고 떳떳해도 억울한 말을 들을 수도 있고, 잘했다고 꼭 좋은 말만 듣는 게 아니구나’ 하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지아’는 아주 조용해 있는 듯 없는 듯 한 친구였는데 미술 대회 때 매번 큰 상을 받았다. 그 친구 그림을 보니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때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보물이 있구나’ 생각도 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맛볼 수 있는 성취와 실패, 그 경험을 통해 얻는 기쁨과 슬픔, 함께 축하할 수 있는 넉넉함, 부러움 등의 여러 감정을 느끼고 생각해 볼 기회를 어른들이 빼앗고 있구나. 오히려 어른들이 경쟁적 눈으로만 세상을 보기 때문은 아닐까.
아이러니한 점은 요즘 학교에서 상을 받거나 시험 치를 기회가 너무 없다 보니 아이들의 학습 수준은 어떤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부모들이 결국…
윤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