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Well-dying

징검다리 위의 기적

손정호 수필가

47세의 카네기멜런대학 교수는 젊었다. 약간 수척하고 눈이 들어가 보이기는 했지만 그는 시종일관 빠르고 경쾌한 말씨로 얘기했다. 피로한 기색은 없었다. 죽어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건강하다며 강의 중 팔굽혀펴기를 몇 차례 해 보이기도 했다.
그의 미소는 밝았고. 여유 있게 농담도 했다. 그의 말에 반응하는 청중들의 표정만 어두웠다 밝았다 했다. 내가 본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동영상이다.

박사 아들 누구 도움 줄 위인 못 된다며 남에게 베풀 수 있고 도움 돼야 사람 구실 한다고

그러나 ‘마지막’이 주는 비장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 달이라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람인데도 삶과 꿈에 대해 열정적으로 얘기했다.
나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며 떠나는 그의 모습이 또 하나의 동영상이 되어 떠오른다.
그가 흰 돛단배에 타고 손을 흔들며 떠난다. 강을 사이에 두고 이쪽에서 저쪽 건너편으로, 여전히 낙천적인 모습으로 멀어져 간다.

피안에 닿은 그가 나를 보고 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아직도 죽음이 두렵니? 날 봐. 그쪽에서 이쪽으로 강만 하나 건너왔을 뿐이야’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이렇게 말했다지 않는가. “우리 몸은 번데기와 마찬가지다. 죽으면 영혼은 육신으로부터 벗어나 나비처럼 예쁘게 날아서 천국으로 간다.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다”

꿈을 갖고 노력해 얻은 성공이 Well-being에 그쳤다면? 랜디는 삶을 Well-dying으로 완성해

번데기에서 벗어나 예쁜 나비가 되는 게 죽음이라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낡고 허물어지는 병든 번데기일 따름인 육신에 천착할 이유 또한 없다.
죽음을 예찬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지고 병원을 순례하는 일이 잦아진다면 마땅히 진정한 Well-dying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이다. 이것이 랜디 포시의 동영상이 내게 주는 교훈이다.

전쟁영웅인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훈장 자랑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아버지에게서 겸손을 본다. 그의 어머니는 박사가 된 아들을 소개하면서 아직은 누구에게 도움을 줄 위인이 못 됨을 얘기한다. 남에게 베풀 수 있고 도움이 돼야 사람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랜디가 소개하는 부모님을 통해 나는 미덕과 가정교육의 모델을 본다.

좋은 부모 밑에서 자라며 꿈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하다 보니 성공한 삶이 되더라는 얘기는 울림이 컸다. 그러나 그 성공이 단지 Well-being에 그쳤다면?
랜디는 자신의 삶을 Well-dying으로 완성했다. 여기에 그의 위대함이 있고 내가 감동하는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랜디 포시는 갔지만 그의 마지막 강의는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어린 세 아이들도 아빠를 자랑스러워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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