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원 기자

둘째가 이 세상에서 ‘소다팝’ 노래가 제일 좋다며 가사를 신나게 흥얼거렸다. ‘소다팝’은 초등학생들 사이에 최고 인기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였다.
나는 그간 꽤나 철저하게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이들이 멍하니 화면을 보는 것보다 심심한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음식점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어머~ 영상 안 보면서 밥 잘 먹는 애들 처음 본다” 할 정도였다.
당연한 일로 칭찬받다니! 우리 아이들이 소수가 되어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둘째가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가요들을 빠르게 흡수해 왔다. 둘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데 장구 소리가 들렸다. 순간 둘째가 “아파트 아파트~”를 신나게 외쳤다. 병설유치원 바로 옆 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장구를 배우고 있었는데, 그 장구 가락이 가요 ‘아파트’ 였다.
한국의 전통 가락을 배우는데 굳이 저 노래여야 했을까. 순간, 기괴하단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제대로 된 국악의 아름다움을 맛보게 하면 어땠을까.
첫째의 초등학교도 비슷했다. 어린 시절 운동회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갔는데 외부에서 초청한 사회자가 나와 가요를 큰 스피커로 틀어놓고 아이들보고 춤을 추게 했다. 아이들은 TV 속 어른들이 추는 춤을 따라 허리를 요염하게 돌리고 가요를 목청 높여 따라 했다. 아이돌로 키우라며 박수 치고 사진 찍는 부모들도 있었다. 무슨 가요인지, 무슨 춤인지 모르는 몇몇 아이들만 어리둥절했다. 첫째에게 물어보니 학교에서 가요를 많이 틀어준단다.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가요 ‘아파트’ 장구 가락을 듣고 둘째도 ‘아파트 아파트~’를
집에 온 친정 아빠가 ‘고향의 봄’, ‘가을길’ 들려줬더니 그날 밤 둘째가 ‘오늘 너무 행복했어’
물론 가요라고 해서 나쁘고 클래식이나 동요만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대중가요가 ‘악’을 미화한다든지, 의미 없는 단어를 주술처럼 반복해 아이들이 음악을 들으며 가사의 풍경을 그려본다든가, 그 뜻을 음미해 볼 겨를이 없다는 점이다.
내가 어릴 적 학교에서 배워온 창작동요 중에 엄마가 무척 좋아했던 ‘별과 꽃’이라는 노래가 있다. “담 밑에 앉아서 쳐다보면 별도 뵈고 꽃도 뵈고, 수많은 별들은 하늘의 꽃, 꽃들은 이 땅의 별~” 이 가사를 읊조리다 보면 어느새 나는 까만 밤하늘 아래 누워있었다.
‘콕콕 박힌 별들이 하늘 입장에서는 꽃도 될 수 있구나’ 생각지도 못했던 표현을 노래로 접할 때마다 그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릴 때 의미도 모르고 흥얼거렸던 동요들마저도 자라면서 가사의 의미가 새롭게 와닿아 ‘와~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가사를 만들었을까!’ 감탄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섬집아기’를 들을 때면 엄마가 굴 따러 가면서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했을까 하는 마음도 느껴지고 그러면서도 바닷소리에 대자연의 품속에서 잠든 아이의 평화로운 모습도 그려졌다.
유학 시절에도 엄마와 함께 불렀던 노래들, 아빠가 들려주었던 음악들은 어린 시절 내가 사랑받았던 추억을 되살려주었고 외로운 순간에 큰 힘이 되곤 했다.
이 어린 시절이야말로 동요를 마음껏 불러 볼 수 있는 시기인데 그 기회가 자꾸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와 유치원이 원망스러웠다.
그 주 주말…
윤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