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지 교사

오래전 여름, 수도관이 새서 마당을 파야 할 일이 생겼다. 동네 설비 집에 맡겼다. 다음 날 아침 일곱 시도 안 되어 나이 40 안팎의 인부가 왔다. 그는 오자마자 연장을 꺼내 마당을 파기 시작했는데 마당을 파 보니 큰 돌이 많아 보기보다 힘든 공사였다.
그는 33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 폭염 속에서 혼자 하루 종일 마당을 팠다.
가끔 내가 주는 음료수를 마시는 일 외에는 한시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점심을 먹은 후에야 그는 어느 시에서처럼 잠시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때 내가 “이렇게 힘든 일을 매일 할 수는 없겠지요?” 하고 물었더니 그가 대답했다.
“일이 있으면 다행이지요. 이 일도 잘 나오지 않지요. 장마 땐 못하고 겨울에도 얼어서 못 하고…”
오후에도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했고 그의 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나는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괜히 소용도 없는 말로 “이놈의 마당엔 웬 돌이 이렇게 많아” 하며 마당의 돌을 탓하며 그의 주변을 서성댔다.
“이렇게 힘든 일을 매일 할 수는 없겠지요?” 묻자 “일만 있으면 하는데 이 일도 잘 나오지 않지요”
6시가 되어 그만하고 가시라고 말렸다. 그러나 그는 내일까지 마치려면 오늘 여기까지는 해야 한다며 일을 계속했다.
그날 7시가 넘어서야 그는 일을 마치고 얼굴과 손발을 닦았다. 나는 그에게 수건을 내밀었다.
그는 “감사합니다” 하며 수건 질을 한 후 “잘 썼습니다” 하고 나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이제 가겠거니 하고 “그럼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을 막 입 밖으로 내려는데 그는 마당에서 쓴 삽과 곡괭이를 닦기 시작했다.
흙이 묻어 있었으나 내일 일에 뭐 그리 지장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연장을 그는 정성을 다해 닦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기의 얼굴과 손발보다 더 깨끗이 닦는 게 아닌가. 손톱으로 흙을 파내며 거의 맑은 빛이 돌 때까지… 나는 그의 뒤에 서서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그 경황에도 문잣속이 발동했다. ‘아 저거구나. ‘저문 강에 삽을 씻고’라는 시구의 표현이…’
그러나 시구보다 중요한 일이 계속되었다
연장을 다 닦은 그는 가지고 온 깨끗한 수건을 꺼내 물기를 정성껏 닦더니 신문지에 그걸 또 정성껏 싸는 것이 아닌가.
‘나 같으면 고단한 몸에 집에 가기도 바쁠 텐데…’
잠시도 쉬지 않고 땀이 비 오듯 일한 그가 이제 가려니 했는데 그날 쓴 삽과 곡괭이를 정성껏 닦더니
이제 그가 그 연장을 마당에 놓고 가려니 생각하고 인사말을 막 하려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