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호 신부

캐나다로 떠나기 전 수개월간 우유배달을 한 적이 있다. 매일 새벽 3시 트럭 한 대가 나에게 배당된 우유 팩 덩어리를 떨어뜨리고 가면 리어카로 아파트 뒤 공터에 실어다 놓고 자전거로 배달을 시작한다.
우유를 넣는 방법도 집집마다 달랐다. 우유 주머니에 넣어서 문 안쪽으로 넘기기, 문 앞에 놓고 초인종 한번 누르기, 담장 위 눈에 안 띄는 곳이나 우편함에 넣기, 부엌 안에 들여놓기… 어떤 집은 개의 입에 물려서 들여보내야 했다.
수금에 응하는 주부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수금일 정확한 시간에 문 앞에 서서 기다리다가 초인종이 울리면 바로 봉투를 건네는 모범형 주부, 갈 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헛걸음만 시키는 군대 조교형 주부, 꼭 저녁때 불러서 함께 식사하자면서 아이들에게 고마운 ‘우유 삼촌’이라고 인사시키는 교육형 주부, 분명히 매일 배달했는데 이날과 이날은 배달되지 않았다며, X 표시된 달력까지 동원해서 그 값을 빼고 주는 ‘무서운 주부’도 있었다.
어느 새벽 벼르고 별러 ‘무서운 주부’ 집 앞에서 경계를 섰다. 마침내 나타난 ‘범인’(?)은 다름 아닌…
정광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