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물결이 만난 사람
민성길 정신의학과 전문의, 교수

동성애에서 벗어나 이성애로 바뀌는 게 가능한가요?
‘동성애가 유전’이라는 주장은 선천성을 근거로 동성애는 정상이라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 쓰이곤 합니다. “타고나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것이죠. 그런데 동성애가 유전이 아니라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이미 드러났어요.
인간의 모든 유전자 하나 하나를 인간 특성과 연관 분석하는 ‘게놈 연관 연구GWAS’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성애와 연관성이 높은 유전자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졌죠. 2012년, 드라반트 연구팀이 23세 이상 남녀 동성‧이성애자 23,874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동성애 관련 유전 인자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2017년 샌더스 의대 교수도 유럽계 남녀 2,30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동성애 연관 유전 인자는 없다고 결론지었죠.
2019년 하버드대·케임브리지대·헬싱키대 등에 소속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영국과 미국의 469,427명에 달하는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한 사상 최대 규모의 GWAS에서도 결과는 비슷했어요. 역시 동성애를 야기하는 유전자, 즉 동성애자에게만 있고 이성애자에게는 없는 그런 단일한 유전 인자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동성애가 유전이 아니라는 증거가 또 있어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려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동성 간 성행위로는 아이를 낳을 수 없잖아요. 만약 특정 ‘동성애 유발’ 유전자가 있다면 시간이 갈수록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조사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의 15%만 다른 동성애자와 커플이 되는 데다 커플이 된다고 자녀를 낳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즉 동성애 유발 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없는 거죠.
그럼에도 현대에 동성 간 성행위가 더 늘고 있지요. 이 말은 동성애가 유전이 아니며 인간이 얼마든지 ‘선택 가능한 행위’임을 뜻하는 거예요.
동성애자로 살다가 자연스레 이성애자로 바뀌는 경우도 발견됐어요. 동성애가 유전된다면 중간에 스스로 바뀔 수가 없는 거죠. 이 사실은 동성애 전환치료도 가능하다는 걸 의미해요.
동성애 연관 유전자 찾으려는 시도 이어졌는데 한 연구에서 동성애 유전 인자는 없다고 밝혀져…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 문제로 찾아온 사람을 치료해 보신 적이 있나요?
1980년, 서른세 살 된 남자가 동성애자라며 진료받으러 왔어요. 첫인상은 배우 같았어요. 깔끔한 고급 정장에 손수건을 가슴에 꽂고, 남자용 핸드백과 멋진 고급 라이터까지 가지고 있었죠. 정중하고 교양 있는 사람이었어요. 시내의 큰 요정에서 관리자 일을 해서 경제적으로도 비교적 풍족했어요.
그는 동성 친구도 거의 없었고, 오로지 직장에서 일에만 충실한 사람이었어요. 그는 직장에서 여자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면 성욕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혐오스러웠다고 해요. 그래서 여성 종업원과는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했어요. 대신 남자들을 대할 때 묘한 흥분과 발기를 느꼈다는 거예요.
그에겐 오래된 여자 친구가 있었으나 손 한 번 잡지 않았는데 그녀는 오히려 그를 신사로 보았대요. 그러다 결혼 얘기가 나오자 그는 동성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한 동기를 가지게 된 거였죠.
저는 그에게 동성애의 내면적 원인에 대해 의도적으로 묻지 않았어요. 그의 말을 들은 후 다만 “그 말이 무슨 의미일까요?” 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의 대답에 해석하는 일은 극히 삼갔죠. 그랬더니 서너 번째 면담에서 그는 9살 되던 때, 가출 상태로 부산의 어느 다리 밑에서 남자 노숙자 어른한테 성폭행당했던 경험을 담담히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그 당시 감정을 표현하도록 유도하고, 그 기억이 그간의 대인관계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연상되도록 이끌었어요. 그의 말과 감정 표현, 행동은 감추어진 내면을 상징하거나 부인·왜곡한 결과일 수 있기에, 그 실마리를 따라가면 그의 내면이 드러날 수 있거든요.
“친구가 내 얼굴이 여자 같다고 해 기분 상했어” 하면, 곧바로 “동성애자로 보는 것 같아서요?”라고 섣불리 상황을 짐작해서 되묻기보다는 그가 그 이야기를 더 풀어놓도록 기다려요. 더 이어지지 않으면 최대한 개방된 질문을 해요. “그게 무슨 이야기죠?” “좀 더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삶의 여러 경험에 대해 자유 연상을 반복하다 보면 내담자는 자신의 기분 변화에 비슷한 패턴이 있음을 느껴요. “아~ 내가 이런 상황이 오면 기분이 나빴던 거구나” “내가 이래서 동성애자가 된 것이구나” 하고 통찰하는 순간이 오죠.
결국 이성애자로 바꾸셨나요
그는 당시 직장 보스였던 누나와의 관계만 피상적으로 말했어요. 어렸을 때의 동성애 트라우마, 아버지의 부재, 누나의 지배적 위치, 정신성 발달의 결핍 등이 그의 동성애 발달과 얽혀 있다고 생각됐어요. 특히 어린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만든 남성에 대한 외상 기억을 로맨스화한 것이 동성애로 나타난 듯했죠.
그도 어느 순간 스스로 왜 자신이 동성애자가 된 것인지 통찰하더라고요. 다만 이성과의 관계 진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치료가 지체될 즈음 그가 수중 다이빙에 열중하기 시작했는데 훈련 과정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를 좋아했어요.
30회 진료를 볼 때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