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있어야 인권도 법도

흰물결이 만난 사람
이종락 목사

입양 자녀들과 성경 읽는 이종락 목사 부부

부모들이 키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무려 15명이나 자녀로 삼으셨다면서요. 돌봄을 넘어 입양까지 한 이유가 있으세요?

2001년 큰 병원의 사회복지사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열네 살 미혼모가 1.8kg의 미숙아를 낳았는데 산모가 출산 30분 만에 사라졌다는 거예요. 복잡한 가정사로 가출한 열네 살 중학생이 주유소 숙소에서 여러 남녀와 뒤엉켜 지내면서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 채 임신해 출산했어요. 출산 중 본드도 하고 약물을 먹어서 그런지 아이는 무뇌증에 전신마비였죠.
당시 부모들이 키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저희 부부가 돌본다는 소문을 듣고는 이 아기가 길어야 5~6개월밖에 살지 못할 테니 세상 떠날 때까지만 돌봐달라고 부탁을 해온 거예요. 태어나자마자 죽을 날을 기다려야 하는, 손바닥 두 개를 펼치면 그 안에 쏙 들어오는 아기… 기도가 많이 필요한 아기라는 생각에 ‘한나’라고 이름 지었어요.

한나는 주사랑공동체에 오던 날부터 계속 울기만 했어요. 한번 울음이 시작되면 그치지도 않았고 심할 때는 경기를 일으켜서 몸이 늘어지기 일쑤였어요. 밤에는 울음소리가 집 밖으로 새어나갈까 봐 등에 업고 이불을 뒤집어쓰기도, 책상 밑에 웅크리고 앉아 밤을 새우기도 했어요.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밤낮으로 우는 한나를 안고 1년 넘도록 기도드렸어요. 조금만 덜 아프게 해달라고.
몇 개월 못 살 거라던 한나와 함께 하는 날들이 길어졌어요. 우리 집에 온 지 5년째 되던 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폐를 힘들게 해 식도와 기도를 분리시키는 수술을 해주었어요. 수술 후 한나의 호흡은 눈에 띄게 좋아졌죠.
어느 날 “한나야~” 불렀는데 밝게 웃으며 제게 시선을 맞추는 거예요. 5년 만에 처음으로 보게 된 미소 한 번에 그동안 힘들었던 모든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게 돼 버렸어요.웃음 미소가 어찌나 예쁜지 우리 가족뿐 아니라 봉사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정도였죠.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축 처져있던 아기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냥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도 자기를 사랑해 주면 표현을 해주니 얼마나 감사해요. 얼굴도 너무 예뻐 ‘천사가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새벽, 며칠 감기를 앓던 한나의 몸이 축 늘어지더니 맥박이 뛰지 않는 거예요.

기저귀와 입양 자녀들의 옷으로 채워진 장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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