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거위 깃털 뽑기

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존 콜리어 <고디바 부인> 커터시 오브 하버트 아트 갤러리 앤 뮤지엄 소장

한국에서 복지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함께 세제 개편안도 검토해 왔는데 세제 개편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순풍에 돛 단 듯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무장관을 지낸 장 바티스트 콜베르가 “조세의 예술은 거위가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된 ‘거위 깃털 비유’는 조세 행정 분야에서 유명한 경구 중 하나이다.

깃털(세금)을 많이 얻으려고 거위(납세자)를 함부로 다루면 거위가 비명을 지르게 되는 만큼, 세수 확보를 위해 급격히 세율을 높이거나 세목을 늘려선 안 된다는 취지이다.

한국에서 거위 깃털 논쟁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콜베르의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란 말에 보다 무게를 두고 콜베르주의의 진실을 오해한 측면이 있었다. 사실 콜베르는 ‘거위가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형평과세를 실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최후의 수단으로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국민에게 주는 고통이 최소한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혹한 세금 징수에 과감히 항거한 전설적인 여인이 있다. 11세기 영국의 소도시인 코번트리의 고디바 부인이다.
그녀는 남편인 리어프릭 백작이 코번트리 주민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 고통받는 그들에게 동정심을 품었다.

가혹한 세금 징수에 과감히 항거한 고디바 부인,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여러 번 남편에게 세금 감면을 간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럼에도 부인이 계속 간청하자 남편은 만약 그녀가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돌면 청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내가 만약

내가 만약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라.

내가 만약 한 사람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한 사람의 고통을
가라앉혀 줄 수 있다면
혹은 한 마리의 지친 울새가
보금자리에 다시 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라.

에밀리 디킨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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