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용 (주)엘베이스 대표

대학원에 다니던 봄날, 아침 등굣길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잎사귀의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 바라보았다. 잎사귀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강렬한 햇살이 녹색으로 비치면서 잎사귀 가장자리가 반짝거리는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날 오후, 학교 교정을 거닐면서 다시 오전의 감흥을 되살려 보려고 가로수 아래 잎사귀 사이로 해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오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시간에 따른 느낌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되었다. 햇살은 정오에서 2시 사이에 가장 강렬해지고 물체의 명도와 채도 역시 달라진다. 그날 오전 그 생명의 초록빛은 나에게 가장 순수한 기쁨의 순간이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풀던 중 유독 문제 하나가 너무 어려웠다. 도저히 풀 수 없어 시간을 아끼느라 얼른 답안지를 보았다.
그런데 풀이 과정이 간략하게 언급되고 바로 답만 덜렁 나와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답이 나오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몇 시간 고민하다가 결국 ‘이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하며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문제를 건너뛰었다. 그러나 개운치 않았다.
만원 버스 시달림에 신경 쓰느니 차라리 문제나 풀어보자고
갑자기 답의 힌트 떠올라 그 후 머리 아픈 문제가 생기면
그 무렵 나는 의정부에서 삼선교까지 버스로 통학하고 있었다. 한 달쯤 지나 아침 일찍 만원 버스를 타고 학교를 향해 가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밀려 넘어지지 않도록 손잡이를 꽉 잡고 창밖을 바라보던 중 갑자기 그 수학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만원 버스의 시달림에 신경 쓰느니 차라리 문제나 풀어보자는 속셈으로 다시 문제를 곰곰이 되새겨 보는데…
전도용 (주)엘베이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