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꼭대기에 돌 얹으면

임문철 신부

벌써 십 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사제 연수회에서 친구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야, 내년이면 우리도 사제서품 10주년이 되는구나!”
그때 지나가던 나이 지긋한 선배님이 “좋은 나이입니다. 마흔 넘어보세요. 온갖 잡생각 다 납니다” 했다.
우리는 깜짝 놀라 서로 얼굴만 바라보았다. ‘나이를 먹으면 육체적 욕망도 덜 해질 것이고, 그러면 유혹도 덜 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어찌 된 일인가?
지금도 유혹이 심해 죽을 지경인데 얼마나 더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 한단 말인가? 공자는 인생 사십을 불혹의 나이라 했는데…’

말은 안 했지만 친구도 나와 같이 낭패스러운 심정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유혹이 없는 상태를 그리워한다. 유혹만 없으면 실수할 일도, 죄에 떨어질 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뱀이 하와를 유혹하도록 허락하시는 하느님이 원망스럽고, 예수님마저도 유혹을 받으신다는 사실이 곤혹스럽다.

나이 지긋한 선배가 ‘마흔 넘어 봐. 온갖 잡생각 나’ 나이 먹으면 육체적 욕망도 덜 해지겠지 했는데…

우리에게 유혹은 죄에 떨어지게 만드는 부정적인 느낌이지만, 성서의 유혹은 시험이라고 해야 할 만큼 가치중립적인 것이다.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는 학생들에게 시험은 절대 악처럼 보이지만, 판사가 되기를 꿈꾸는 고시생에게 시험은 희망이요 구원이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에게는 좌절이요 고통이지만, 통과한 사람에게는 기쁨이요 보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혹을 받지 않게 해주시고”라고 기도하지 않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투쟁이다. 우리는 그냥 편안하게 살아갈 수만은 없다. 우리는 삶이 요구하는 시험을 치르고 합격해야 한다. 투쟁의 고통 없이는 승리의 기쁨도 없다. 그래서 사막의 성자 안토니오는 “아무도 유혹을 받지 않고서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유혹이 없다면 구원받을 사람이 없다”라고 한 것이다. <안셀름 그륀, 하늘은 네 안에서부터>

어떤 사람이 크고 아름다운 야자나무를 보고 은근히 화가 났다. 그는 그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도록 꼭대기에 커다란 돌을 얹어놓았다.
몇 년 후에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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