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죽음

김옥기

5월의 어느 날,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알았는지 남편이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고 싶단다. 나는 그중 가깝다는 남편 친구에게 부탁했다. 친구들을 좀 모아 꼭 오늘 식사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그 친구는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은 안 되겠단다.

나는 남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조급했다.
다음날, 남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들이 추렴해서 개를 잡았단다. 남편도 돈을 내겠다고 해서 내가 2만 원을 냈다. 그리고 남편은 친구들과 함께 정말 오랜만에 식사를 맛있게 잘했다. 그날 그 음식이 남편의 마지막 식사였다.

다음 날 새벽 4시, 남편이 숨을 헐떡거리며 힘들어하자 119 응급차를 불렀다.

남편은 큰 병원은 안 가겠다며 동네 의원으로 가자고 한다. 119대원들이 급하게 의원으로 전화했더니 당직 의사가 없단다. 할 수 없이 성모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더니 남편은 “거기 가면 나는 아무도 못 본다”고 했다.

아마도 중환자실로 가면 가족을 만나지 못할까 봐 그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내가 왜 당신 곁을 떠나겠느냐!”고 했더니 남편은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당신이 같이 있을 수 있다고? 그럼 됐다”고 한다. 그러더니 손가락 세 개를 내보이면서 3만 원을 119대원에게 드리라고 한다. 119대원들은 절대 받지 못한다고 손을 젓는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 환자 모습을 보세요. 저런데도 받지 않으신다면 도리가 아니지요” 그렇게 해장국이라도 잡수시라고 통사정을 해서 3만 원을 드렸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담당 의사에게 “중환자실로 안 갑니다. 1인실을 주세요” 했다. 선생님은 두말하지 않고 그러라고 했다. 주사를 맞고 치료를 하더니 남편은 답답하다고 산소호흡기를 뽑으란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알았는지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고 싶어 하는 남편
오늘은 안 되겠다는 남편 친구 전화에 남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조급해져

조금 좋아지는 것 같던 남편은 오후 5시쯤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쓰러졌다. 그때 하늘나라로 가는 줄만 알았는데 다시 살아났다. 그런데 쓰러지기 전보다 훨씬 더 좋아 보였다.

남편이 깨어나서 딸에게 하는 첫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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