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원 기자
중학교 시절 나는 칠공주파였다. 껌 좀 씹고 사고 치는 ‘칠공주파’는 아니다. 당시 ‘프리챌’은 친구들끼리 사진도 공유하고 글도 주고받는 인터넷 공간이었다. 2학년이 되면서 흩어지게 된 우리 일곱 명이 머리 맞대고 만든 프리챌 페이지 이름이 ‘칠공주’였다.
방과 후면 우리는 학교 운동장에서 핸드볼도 하고, 아파트 공터에서 배드민턴도 쳤다. 그 친구들 덕분에 만화방도 접해보고 PC방에서 온라인 게임도 해보니 너무 재밌었다.
그중 나는 공부도 잘하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집도 넉넉했다. 그런데도 L은 시기 질투는커녕 너무도 솔직하게 부러워했다. “내가 살면서 언제 이렇게 공부 잘하는 친구를 만나보겠냐” “이렇게 좋은 집에 살게 해주는 부모님은 어떤 분이시냐”며 궁금해했다. 그 친구는 내가 성적이 올랐다고 하면 자기 일처럼 뿌듯해하며 반 친구들에게까지 내 자랑을 했다. 쑥스러웠지만 마치 엄마가 자식 자랑하듯 하는 그 친구 덕에 공부도 즐거웠다.
나는 그 친구가 너무나 신기했다. 나는 나보다 앞선 친구가 있으면 겉으로 축하해줘도 속으로는 질투하곤 했다. 친구들도 내가 무언가 잘하면 축하의 말을 건네지만 배 아파하는 게 확 느껴졌다. 그런데 이 친구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니…
어느 날 그런 L이 가출했다. 나는 한소리했다. “가출하면 어떡해. 엄마가 얼마나 걱정하겠니. 오늘은 들어가” 그 친구는 그래도 싫다는 것이었다.
오후쯤 그 친구의 어머니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L이 어제는 친구 P 집에서 잤대요. 너무 걱정마세요. 오늘은 들어가야 할 텐데…” 나는 스스로가 L보다 훨씬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친구 어머니는 작전을 짰다. 방과 후, 친구 어머니는 학교 앞 피자집으로 나오고 나는 친구를 피자집으로 유인하기로 했다.
그 친구는 피자집에서 어머니를 맞닥뜨렸고 가출 소동은 이틀 만에 끝이 났다. 다행히 그 친구는 나를 원망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우리 칠공주에게 맛난 피자를 사주셨다. 그날 나는 그 친구를 철 안 든 아이 취급하면서 나의 성숙함을 뽐냈다. 그 친구와 어머니가 나란히 피자집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니 내가 큰일을 해낸 것 마냥 뿌듯했다.
그 후 L이 가출했을 때 재워줬던 P가 우리집에 놀러 왔다. 내가 L의 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한참 망설이던 친구 P가 입을 열었다. “L은 아버지가 안 계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