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윤 학
그림 이종상
어릴 적부터 신문을 보아왔다. 그런데 10년, 20년, 30년 신문을 보면 볼수록 신문新聞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날마다 새로 일어난 사건을 뉴스라며 내보내지만 몇 년 전에 본 뉴스와, 이름과 장소만 다를 뿐 내용은 천편일률로 똑같다.
화재, 교통사고, 치정사건, 정치인의 뇌물 수사, 대통령 당선 소식… 신문에 실린 뉴스라는 것이 그 모두가 몇 년 전에 보았던 기사의 재판, 삼판이고 그에 대한 해설이나 대책까지도 과거의 것을 베낀 듯 판박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뉴스라지만 新聞이 아니라 舊聞이다.
“내용이 천편일률로 똑같은 신문은 新聞이 아니라 舊聞”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칼럼이 꼭 등장한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에게 바랐던 내용을 노무현, 윤석열 대통령에게 똑같이 바라고 있다. 대통령에게 코치하는 글도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 생각인지 실소가 나온다.
사람 이름이 달라졌다고, 사건의 장소가 바다에서 육지로, 사망자의 숫자가 열 명에서 백 명으로, 뇌물 액수가 1억에서 1,000억으로 달라졌다고 새로운 것일까? 우리는 날마다 비슷한 사건을 반복적으로 담아내는 신문을 보며 새로운 뉴스를 읽었다고 믿는다.
新聞은 새로워야 한다. 새롭다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새로워질 때 비로소 새로운 것이다. 문재인이 윤석열로 이름만 바뀐 대통령 당선 소식이 과연 새로운 뉴스일까. 그것은 정보일 뿐 우리의 생각을 바꿔주는 뉴스는 결코 아니다. 독자인 내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새 뉴스가 되는 것 아닐까.
정원의 꽃이 백합에서 코스모스로 바뀌었다는 정보가 뉴스가 아니라, 그동안 백합이 수없이 피었어도 관심도 두지 않다가 어느 날 백합 한 송이가 피어나기까지 저 하늘과 저 땅이 어떤 일을 했으며 나는 어떻게 그 백합을 대해왔는지 생각을 새롭게 하게 될 때 비로소 그 백합은 새로운 뉴스거리가 될 것이다. 저 하늘도 저 땅도 큰 틀에서 보면 백 년 전이나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내가 새로운 눈으로 하늘과 땅을 바라볼 때 하늘도 땅도 새롭게 다가온다.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저 하늘도 저 땅도, 우리의 정치와 경제도 사회와 문화도 바뀔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바뀔 것이다.
내 생각을 새로워지게 하는 신문이야말로 진정한 신문이다. 신문으로 치장된 모든 舊聞은 이제 진정 새로운 뉴스를 담은 新聞으로 바뀌어 가야 한다. 생각을 새롭게 하는 신문, 이것이 흰물결에서 신문을 발행하려는 이유다.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소식은 세상에 일어나는 새로운 사고나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우리의 생각이다. 새롭게 보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게 되고 사고를 방지할 근본 대책도 세우게 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게 된다.
생각을 새롭게 하는 신문, 이것이 흰물결신문 발행하는 이유
우리는 정치가 변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차례 정권이 바뀌었고 정치변화를 갈망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정치는 뒷걸음치고 있다.
정치를 아무리 바꾸려 해도 사람이 변하지 않으니 바뀌지 않는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라는 신기루만 좇게 된다.
흰물결은 모든 신문이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갑론을박할 때 새로운 생각으로 정치와 경제를 바라보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더 늘려가려고 한다. 그렇다고 신문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기사를 읽으면서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을 키우고 바꾸어 나가는, 그래서 새로운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그런 새로운 신문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신문을 생각한 것만으로도 나부터 새로워진 것이기에 이미 성공한 신문이 탄생했다고 믿는다. 세상에는 성공한 것 같지만 실패하는 일이 있다. 아무리 독자가 많아도 아무리 수입이 많아도 신문이 신문답지 못하면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니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실패한 것 같지만 성공하는 일이 있다.
아무리 독자가 적어도 아무리 손해가 커도 신문이 신문답다면 그것은 실패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미 성공한 것이다. 흰물결은 출발부터 성공한 신문이다. 이 귀한 신문에 관심을 가져주고 벌써부터 박수치며 응원해 주시는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발행인 윤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