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우리는 저축과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삼는 전통 속에 살아왔다. 근검절약은 지금도 가치 있는 생활 규범이며, 특히 저축은 은퇴 후의 여유로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저축이 모든 상황에서 타당한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장을 새로 짓고 기계와 설비를 설치하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기본 요건이다.
투자를 위한 재원은 주로 민간이 금융기관에 저축한 돈이나 기업이 사내에 유보한 자금과 같은 민간저축으로 충당된다. 재정 흑자로 비축한 정부저축도 투자를 위한 간접 재원이 된다. 따라서 저축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큼 투자를 위한 재원이 많아져 기업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민간저축과 정부저축을 합한 총저축이 투자수요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금리가 높아져 투자 비용이 증가하므로 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
반면에 단기적 경기변동 측면에서 보면 저축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어 경제를 침체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특히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 있을 때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저축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의 소비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줄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경제가 생산하는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잘 팔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 생산을 줄이고 노동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어 결국 경기가 둔화되고 실업이 증가할 수 있다.
이를 ‘절약의 역설’이라고 한다. 특히 소비가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 같은 고도 소비경제에서는 소비가 경기를 주도하는 엔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축이 단기적인 경기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저축과 근검절약은 장기적으로 투자를 뒷받침하지만 불황일 때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수도
저축이 GDP의 몇 %가 되어야 한다는 공식은 없지만 경제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해외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규모의 저축이 바람직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도 절대적이지 못하다. 어떤 나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