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예쁘다는 눈 먼 어머니

Rawia Arroum 소설가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아침 늦은 시간까지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지 않아 한참을 기다리다가 방으로 올라갔다.
어머니는 침대에 앉아 있었고, 햇살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화창한 겨울날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화창한 날이 얼마나 아이러니했던가.

햇살 환한 겨울날 창 밖을 보던 어머니 “하늘이 너무 어둡다”고… 순간 내가 느꼈던 충격은

어머니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왜 방에서 나오지 않느냐고 묻자, 어머니는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른 시간이라 하늘이 너무 어둡다고… 어머니는 내게 다시 침대로 돌아가서 자라고 권유했다. 그 순간 내가 느꼈던 충격이 아직도 기억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을 때 내가 느낀 깊은 슬픔도 여전히 생생하다. 어머니는 빛에 감싸여 있었지만 눈은 어둠 속에 있었다.

병원에서는 어머니의 편두통 때문에 관자놀이에 있는 시신경에까지 피해가 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어머니가 눈이 멀 것이라고, 희망조차 가지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이 반응했다. 그 덤덤한 모습에서 오히려 어머니의 고통과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산이나 바다, 숲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무척 기뻐하던 어머니였는데 너무 안쓰러웠다. 어머니는 정원을 온 힘을 다해 가꾸셨다. 이제 자연은 어머니의 머릿속 추억일 뿐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침착하고 평온하게 의사의 진단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병원에서 간호사가 어머니의 팔을 잡고 방으로 안내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막 도착했고 그들의 뒤에 있었던 터라 어머니는 날 알아채지 못했다.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옆으로 물러나 간호사에게 자신은 볼 수는 없지만 아직 걸을 수는 있다고 얘기했다. 만약 앞으로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이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신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일 거라고 했다. 어머니는 병실에 도착할 때까지 벽을 바라보며 천천히 병원 복도를 걸었다.

그날 나는 어머니가 얼마나 강인하고 믿음이 강한 분인지 다시 느꼈다. 어머니는 좋을 때든, 나쁠 때든 자신의 삶 속에서 신과 함께 했다. 믿음과 강한 정신력은 어머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불가사의한 힘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군인이라 위험한 임무로 자주 떠나시며 전쟁과 죽음에 대해 자주 말씀하셨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덕에 어머니는 신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어머니는 신의 뜻이라면 어떤 것도 나쁘지 않다고 확신하며 신은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 계신다고 했다.

남동생이 병문안을 와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건네자, 어머니는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색이 예쁘다”고 이야기했다. 남동생은 너무 어려서 어머니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전혀 아파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남동생은 한참 후에야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 후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전화기 사용법을 배웠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에 잘 먹거나 자지도 못했다. 색 없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불공평한가! 나는 심리학자로부터 과잉 감정과 과민증 진단을 받았다. 감정과 감각이 예민해 다른 사람보다 감정 조절이 힘들었다. 어머니가 바위처럼 감정을 조절하는 것과는 반대로 나는 감정의 노예였다.
어머니는 무척 강인한데,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어머니는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데, 나는 왜 눈물로 내 시력을 낭비하고 있을까?
그렇게 2주쯤 지났을까?

Rawia Arroum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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