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wia Arroum 소설가
“앉아서 생을 마감할래요? 누워서 끝낼래요?”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의사가 건넨 말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병이다. 이 병은 빠르게 뼈가 굳어 버리기에 어떤 자세로 생을 마감할지 정해야 한다고 했다. 영원히 얼어붙기 전에… ‘앉아서 끝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앉은 자세로만 자야 한다고 했다.
바로 이 환자가 훗날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이다. 당시 아홉 살에 불과했던 그는 암울한 현실에도 오히려 글쓰기에 몰두했다. 그렇게 시작한 소설은 22살에 완성되었다. 무려 1,500페이지 분량. 글을 쓰는 동안 그는 병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소설은 출판사 ‘알뱅 미셸Albin Michel’에서 거절당했다. 베르나르는 그 좌절의 순간에도 다시 한번 글쓰기를 택했다. 그는 13년 동안 111번 수정된 글을 다시 출판사에 보냈다.
마침내 그가 30살 되던 해, 그의 소설은 ‘알뱅 미셸’에서 출판되었다. 그 소설이 바로 세계적으로 호평 받은 <개미>다.
놀라운 것은 그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병이 차도를 보인 것이다. 그는 “글쓰기를 안 했다면 나는 동상으로 변했을 것이다. 나 자신을 글쓰기에 던져넣은 것이 병의 진행을 멈추게 했다”고 확신한다.
그가 책을 쓰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이야기는 내가 작가로서 처음 겪었던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나는 글쓰기를 인생의 최우선으로 삼았다. 파티나 나들이도 포기하고 하교 후 바로 집에 와 글을 쓰는데 온 정성을 쏟았다. 책을 읽거나 글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기에…
그렇게 몇 달 동안 완성한 글은 내 첫 ‘자식’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컴퓨터 바이러스로 500페이지의 소설이 사라져 버렸다. 내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