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위기 해결사?

정책은 건강보조식품에 불과

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삶이란

삶 자체는 당신에게
어떤 즐거움도 줄 수 없습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삶에서 즐거움을 원할 때까지
삶은 당신에게
시간과 공간을 줄 뿐입니다.
그 시간과 공간을 채우는 건
당신의 몫입니다.

삶 자체는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도 줄 수 없지만,
즐거움을 채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정부가 경제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가?
편집부

한국에서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대대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진정 정부는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경제위기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사실 이 주제에 관해 경제학계에서는 80여 년 가까이 의견이 분분했다. 정부가 통화량이나 금리를 조절하는 통화정책, 정부지출이나 세금을 조절하는 재정정책을 사용해서 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믿는 케인스학파와 경제는 스스로 치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자의적인 정책을 사용해서 시장경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고전학파로 나뉘어 논쟁해 왔다. 이 논쟁은 오늘날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다.
경제의 구조나 기능이 인체와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면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병원균이 인체를 공격할 때 일차적으로 인체의 면역력이 작동한다. 그래서 어지간한 병원균은 퇴치가 가능하다.
경제도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경제도 물가, 임금, 금리 같은 가격이 왜곡되지 않고 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체제를 갖추고 있으면 어지간한 외부 충격에도 잘 굴러간다.
그러나 몸이 많이 쇠약해져 있다거나 강한 병원균이 공격하면 면역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이때는 투약이나 수술도 필요하다.

병원균이 인체 공격할 때 면역력 작동하듯 경제도 치유력 있어 어지간한 충격에도

경제도 인체와 마찬가지로 경제체질이 약해져 있거나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자정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통화량을 늘리는 등 과감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은 일시적으로 경제지표를 끌어올리는 반짝 효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치유책은 되지 못한다.
경제에서 통화는 우리 몸속의 물, 재정지출은 건강보조식품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마치 물이 우리 몸에서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필수 요소이듯이, 통화도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게 하는 데 불가결한 요소이다.
물이 부족하면 신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지만 너무 많은 물을 섭취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제에서도 돈이 부족하면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지만 지나치게 많아도 문제가 생긴다.

정책은 근본적인 치유책 못 돼통화는 몸속의 물, 재정지출은 건강보조식품과 비슷할 뿐

한편 재정정책은 경제의 특정 부문에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과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건강보조식품이 간, 위, 심장 등 특정 부위의 기능을 높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정지출도 그것이 사용되는 분야에 따라 다르게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확장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건설회사와 고속도로 건설 분야 관계자들이 혜택을 보는 것과 같다.
그러나 물과 건강보조식품만으로는 기초체력을 키울 수 없다. 이들은 신체를 정상상태로 유지시키는 데 필요할 뿐이다. 물을 아무리 많이 마시고 건강보조식품을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는 없다.
이 비유를 경제에 적용할 수 있다. 정부는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사용하여 경제를 얼마간 활성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의 실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것이지 경제의 생산능력, 즉 잠재성장률 자체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나아가 돈과 재정지출을 너무 많이 풀면 경제를 일시적으로 흥청거리게 함으로써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뿐이다. 이를 두고 경제가 건강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착각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 모두 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경제의 기력을 회복하는 것이고,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경제의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미국은 경기부양 정책을 사용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한국은 경기부양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서울법대 졸, 와튼스쿨 박사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종신교수
2001년 ‘올해의 교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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