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경 사회복지학과 교수
100세 시대
지난 10여 년에 걸쳐 1000여 명의 은퇴자들을 만나며 가장 많이 떠올랐던 단어는 ‘후회’였다.
은퇴자들이 들려주었던, 고통스럽고 슬펐던 진실을 그냥 이대로 묻어둘 수 없어 연재한다.
가수 이적의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어릴 때는 삶이 아주 길 것 같았지~ 이젠 두려울 만큼 짧다는 걸 알아”
이 노래를 들으면서 그 재기발랄하던 이적도 어느새 마흔 줄에 접어들면서 드디어 쓸쓸함을 알기 시작했구나 싶었다. 일종의 동류의식이랄까, 나이는 사람을 평등하게 한다는 사실에 엉뚱한 위안마저 느끼면서.
그렇지만, 말은 똑바로 해야겠다. ‘삶이 두려울 만큼 짧다’는 가사는 명백히 틀렸다. 혹시 젊음이라면 모를까, 삶은 두려울 만큼 ‘길어지고’ 있으니까.
평균수명이 6, 70년이었던 때만 해도 은퇴란 그리 두려운 단어가 아니었다. 기력이 너무 쇠하기 전, 적당한 시기에 일을 그만두는 건 당연히 필요한 수순이었으니까. 그 시대에 은퇴란 개인적·사회적 의무를 다한 사람이 누리는 호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100세 시대에는 그렇지 않다. 은퇴는 ‘월급 없이 수십 년을 살아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니 은퇴 후부터 죽을 때까지 수억 원이 필요하다는 식의 계산과 공포심, 대책에 대한 논의가 넘쳐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돈만이 문제일까? 수많은 은퇴자를 만나본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오히려 돈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바로 당신의 후회 목록이라고. 그래서 돈도 중요하지만, 삶 전체를 어떻게 행복하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돈에만 초점을 맞추는 은퇴 설계는 당신을 돈의 논리에 갇히게 함으로써 돈 이상으로 중요한 삶의 다양한 측면을 놓치게 할 테니까.
그렇다면 은퇴할 때 고통스러운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화가 모네는 젊었을 때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그림을 그리다가 59세부터는 시골 지베르니에 있는 자신의 집 연못의 수련만 그리기 시작했고, 86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200여 점의 수련 연작을 남겼다고 한다.
모네도 과거를 후회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