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버블의 정점

발행인 윤학

그림 권순익

일본 사람들이 벼락부자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자고 나면 오르는 부동산이 금세 팔리고 은행 융자로 더 비싼 땅을 사면 또 오르니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었다. 에도시대부터의 토지불패 신화가 현실이 된 것이다. 부동산은 올라갈 뿐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신화를 믿지 않는 사람이 바보였다.

<북국의 봄>, <별빛의 왈츠>로 유명했던 엔카 가수 센 마사오千昌夫도 3천억 엔의 자산가가 되었다. 그의 토지 등본을 쌓으면 1미터가 넘었다. 사람들은 ‘센千’ 마사오가 아니라 ‘억億’ 마사오라 불렀다. 영화 <고질라>, <울트라맨>을 만들었던 미술 감독 스즈키 요시오도 가만있을 리 없었다.

1억 일본인이 부동산을 향해 달려갔다. 팔려는 사람이 드물어 매물이 나오면 경쟁이 붙어 내놓은 값보다 더 주겠다는 사람에게 팔리곤 했다. 은행은 서로 돈을 빌려주려고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자 수출이 줄어들고 경기가 가라앉았다. 부동산대출 총량규제로 은행은 대출을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며 빌려준 돈까지 갚으라고 독촉했다. 매물이 쏟아졌고 부동산은 팔리지 않아 폭락했다.
버블이 꺼지자 부동산불패 신화에 의지한 과잉투자와 과잉고용은 대량해고와 임금삭감을 불러왔고 마이홈은 경매로 넘어갔다. 서민들은 하루 식비 천 엔으로 버티며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권력만 움켜쥐면 못 할 일 없다는 권력불패 신화는 ‘권력버블’ 낳아 강남불패보다 더 심각한 마약

토지불패라는 마약은 일본인들을 평생 빚쟁이로, 노숙자로 만들었다. 대한민국에도 강남불패라는 마약이 등장했다. 자고 나면 수억씩 오르는 버블을 보며 국민들은 강남으로 몰려든다.
그러나 강남불패보다 더 심각한 마약이 우리 곁에 있다. 권력만 움켜쥐면 못 할 일이 없다는 권력불패 신화다. 권력불패의 신화는 ‘권력버블’을 낳기 마련이다. 부동산 버블이 더 큰 부동산에 뛰어들게 하듯 권력버블은 더 강력한 권력을 향해 질주하게 한다.

대통령이 되면 입법권 사법권까지 장악하려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뛰어넘어 권력 자산을 늘릴 때 필연적으로 버블이 발생한다. 그런데 버블은 꺼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버블이 꺼지는 순간을! 총에 맞거나 감옥에 가거나 자식들이 감옥 가거나 자살로 끝을 맺거나 탄핵을 당했다. 그런데도 뒤이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권력버블에 뛰어든다.

미술 감독 스즈키 요시오는 부동산 버블이 꺼지자 “돈을 써본 적도 없는데 엄청난 돈이 들어왔다가 확 나가버린 느낌”이라 했다. 돈은 쌓을 때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쓸 때 힘을 발휘한다. 수천억을 벌어도 써보지 못하면 돈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권력도 마찬가지다. 권력은 쌓을 때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쓸 때 비로소 힘이 발휘된다. 그런데 권력자들은 더 큰 권력을 쌓으려고만 든다. 대통령이든 국회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 권력다툼을 한다.

그러나 권력을 쌓기만 하다 보면 투쟁에만 힘을 쏟게 되어 정작 자기가 갖고 있는 권력 한번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한 채 결국 그 권력마저 빼앗기고 만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 돈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본래 있던 재산마저 빼앗기고 마는 것처럼.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권력버블’의 정점에 있다. 이재명 정권은 행정권과 입법권을 완전히 장악했고, 사법부마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어 대한민국을 마음껏 주무를 힘을 가졌다. 지금 가진 힘이면 국민을 위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데 그런 일은 하지 않고 더 힘을 키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이 3대 특검법이다. 존재감도 없는 전 정권과 전투를 하는 데 힘을 쏟고 야당이 가진 조그만 힘마저도 빼앗으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정권 초에 적폐청산으로 권력을 키웠지만 그렇게 키운 권력을 어디에 썼던가. 정치는 상대를 없애는 전투가 아니다. 정적마저도 포용하는 것이다. 포용하면 권력이 줄어들 것 같지만 오히려 그 정권의 뿌리는 깊고 넓게 뻗어간다.

권력은 권력자가 쓰지만 폭력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국민의 삶을 위해서 쓰는 힘은 권력이 되지만 정적을 제거하는 데 사용하는 힘은 폭력일 뿐이다. 권력자가 폭력을 쓴다면 권력자가 아니라 폭력배가 되고 만다. 윤석열 정권도 더 큰 권력을 얻는 데 힘을 쏟기보다 국가를 위해 권력을 쓰는 데만 힘을 쏟았더라면!

이재명 정부 또한 권력을 더 키우는 데만 집중한다면 결국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현금 살포 포퓰리즘도 마다 않고 국민들로부터 더욱더 지지를 끌어내 권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야당 무릎 꿇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 집중되면 집중될수록 ‘권력버블’은 그만큼 급속하게 붕괴

더 많은 돈을 갖고자 하는 데서 부동산 버블이 시작되듯이 더 많은 힘을 갖고자 하는 데서 권력버블이 시작된다. 갖고 있는 부동산을 쓸모 있게 사용할 길을 고심하는 사람은 결코 버블의 늪에 빠지지 않는다. 갖고 있는 권력을 나라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심하는 권력자도 버블의 늪에 빠져들 수 없다.


버블은 반드시 붕괴하고 만다. 그것은 실체가 없는 그야말로 ‘버블’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면 ‘권력버블’은 필연적이다. 권력이 집중되면 집중될수록 버블은 그만큼 급속하게 붕괴된다. 이재명 정부가 버블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권력을 더 키울 게 아니라 입법 사법 행정이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희희낙락 ‘대통령 놀이’를 할 것이 아니라 부와 권력이 얼마나 허망하고 쉽게 무너지는지부터 다시 새겨야 한다. 거부가 되면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듯하지만, 돈으로는 사람 마음 하나 얻지 못한다. 대통령은 수많은 부하를 거느리지만 충직한 일꾼 하나 얻는 것도 쉽지 않다.
권력 키우기를 멈추고 나라를 위해 제대로 권력을 사용하며 진정 호쾌하게 웃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발행인 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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