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판매왕

Yann Larrere 사업가

졸업 후 얻은 나의 첫 번째 직업은 삼성TV 셀러였다. 프랑스 호텔이나 숙박업소에 TV를 판매할 때마다 수수료를 벌었다. 당시 세계에 삼성이 알려지기 전인지라, 다섯 살 때 프랑스로 입양된 나는 삼성TV가 모국 제품인지도 모르고 팔았다. 주말에는 산을 오르곤 했는데 우연히 등산 중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그는 진주를 파는 영업직 면접이 있다며 곧 보라보라섬으로 떠난다고 했다. 보라보라섬에 가보는 게 꿈이었던 나는 나도 지원해도 되냐 물었더니 흔쾌히 지원 링크를 보내주었다.

흑진주의 황제라 불리는 ‘로버트완(Robert Wan)’이라는 회사였다. 러시아 재무부 장관, 카타르 국왕, 샤론 스톤, 니콜 키드먼 등 유명 인사가 진주를 사러 오는 곳이었다. 특히 보라보라섬은 여행 오는 일본인 손님들이 많았다. 면접에서 나의 일본어 실력이 빛을 발해 뽑혔다. 프랑스인이었던 양엄마는 나에게 개인과외까지 붙여가며 모국어인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나를 공항에 두고 가버린 한국인 아저씨에 대한 충격 때문인지 나는 한국어조차 거부했다. 결국 양엄마는 한국 옆에 있는 일본에 가서라도 아시아권 생활을 해보길 권했고 그 덕분에 일본어를 잘하게 됐던 것이었다.

손님들과 대화 않고 오로지 보석 판매에만 집중
처음엔 많이 파는 듯 보였으나 금세 평판 안 좋아져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일본인 손님이 와도 일본어만 잘했지, 그들이 관심을 보이는 진주나 보석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 해줄 얘기가 없었다. 그때부터 진주에 관한 책을 수없이 읽었다. 고객들이 무얼 진짜 원하는지도 관찰했다. 미국 유럽 남미 일본 각지에서 모여드는 손님들의 문화도 공부했다.

하루는 일본인 부부가 매장을 찾았다. 아내는 진주 목걸이에 관심이 많았지만 남편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직원들은 남편은 안중에 없고 아내한테 진주 보석들을 보여주기 바빴다. 나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이 딱해 보여 음료수도 가져다주고 말을 걸었다. 그렇게 대화하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아내는 진주목걸이를 사 가면서, 나에게 조바심 없이 쇼핑할 수 있었다며 고맙다고 했다.

나와 같이 입사한 여자 직원은 보라보라섬 주민들이 지루하다며 손님들과 대화는 하지 않고 오로지 보석 판매에만 집중했다. 처음에는 그녀가 보석을 많이 파는 듯 보였으나…

주 고객 중에 아랍국가들의 왕들과 그의 부인들도 있었다. 아랍문화 특성상 부인들은 남자인 내가 있는 쇼룸에 직접 와서 보석을 살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보석 샘플들을 집에서 받아보고 원하는 상품은 바로 선택하고 나머진 다시 쇼룸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보낸 보석들을 일부러 빠트리고 잃어버렸다고 하는 일이 종종 생겼다. 왕의 부인이라 고소할 수도 없어 묘안을 짜냈다. 그런 부인들을 블랙리스트로 정리해서 그들에게는 아예 판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덧 쇼룸은 정상화되기 시작했고 당연히 매출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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