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민 신부
어느 나라 장관이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 한 남자가 복도를 열심히 청소하는 것을 보았다. 생김새로 봐서는 뭔가 큰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더운 여름날 걸레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딱해 보이고 가련한 생각마저 들어서 그 까닭을 물었다. 그 수사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서 하느님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뿐이었다.
“정말 천국이 있소?”라고 장관이 다시 묻자, “저도 천국을 본 일은 없지만 있는 것으로 믿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없다면 어떻게 하겠소?” “없으면 그만이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죽었다가 천국이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장관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새도 그물이 있어야 잡는다’는 격언이 있다. 준비가 없으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어리석은 생활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성공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성공도 준비의 한 결과요 하나의 열매이리라. 인생이 단 한 번의 성공으로 완성될 수 없다. 성공에서 성공으로 지속되려면 중단없는 노력, 즉 죽는 날까지 준비를 해야한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5-36) 또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루카 12,39)라고 말씀하고 있다. 본시 이루어야 할 일이 크면 클수록 그에 따르는 준비할 것도 많고 오래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믿지 않으면 준비할 필요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준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믿음이 있는 사람이다.
허영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