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前 교사
엄마 보자기에 칼국수 도시락! 순간 언니와 나는 고개를 떨구고, 아이들은 빼꼼빼꼼 내다보고…
초등학교 때, 학교 가까이에 살았던 나는 늘 점심을 집에 가서 먹고 왔다. 4학년 어느 비 오는 가을날, 4교시가 끝날 즈음부터 은근히 걱정되었다.
우산도 안 가지고 왔는데 비가 꽤 많이 온다. ‘점심 먹으러 집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 가면 친구들은 도시락 먹는데 난 교실에 어떻게 있지?’ 선생님 말씀도 듣는 둥 마는 둥 두리번거리는데 ‘어?’ 복도에 언뜻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부터는 수업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땡땡땡” 그때 들리던 종소리는 지금도 귀에 삼삼하다. 나가보니 늘 쪽 찐 머리에 한복을 입는 엄마의 치마 밑단이 비에 젖어있었고 손에 든 삼베 보자기에 뭔가 동글동글한 것이 싸여있었다. 문득 창피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엄마는 6학년 교실에 가서 언니를 불러오라는 것이다.
냉큼 가서 언니를 데리고 왔더니 엄마는 신발장 위에다 보자기를 올려놓고 풀며 “쏟아질라, 잘 붙들어라” 한다. 이 층으로 포개져 뚜껑 덮인 스테인리스 합을 여니 모락모락 김이 나는 칼국수! 순간 언니와 나는 돌아서서 고개를 떨구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이들은 교실 창문으로 빼꼼빼꼼 내다보고… 나는 얼굴이 불덩어리가 된 것 같았다. 어느새 언니는 그냥 가버리고 엄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난처해하며 나를 붙잡고 토닥였다.
그때 “드르륵”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나오셨다. 엄마는 선생님이 너무나 어려워서 인사도 겨우 했는데 선생님은 삼베 보자기에 국수 그릇을 다시 싸더니 “이거 제가 먹어도 되겠습니까?” 하며 웃으신다.
“아, 예…”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엄마는 젖은 신을 신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나에게 선생님은 당신 도시락을 주며 바꿔 먹자 하셨다.
받기는 했지만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어서 내려다보고 있자니 “비 오는 날은 칼국수가 제일이지. 네 덕에 학교서 칼국수를 먹는구나. 칼국수를 어떻게 이렇게 곱게 잘 써셨을까. 두 그릇 다 먹어야겠다” 하며 후루룩후루룩 맛있게도 드신다.
그때 “드르륵” 문 열리고 선생님 “이거 제가 먹어도 되겠습니까?”
“아~! 맛있게 잘 먹었다. 너도 내 도시락 다 먹어야 해” 나는 그때 선생님의 도시락 반찬이 뭐였는지 밥이 얼만큼이었는지 아무 기억도 없지만 아무튼 숙제처럼 다 먹고 얌전히 덮어서 선생님 책상 위에 가져다 놓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교대를 졸업하고 벽지의 아주 작은 학교에 발령받았다. 일요일에 집에 왔다 갈 때면 늘 울면서 버스를 타고 숙직실에 달린 방으로 돌아오곤 했다.
몇 달쯤 근무해서 익숙해질 즈음 교육청에서 장학 시찰을 나온다고 했다. 장학사 맞을 준비로 학교는 분주했는데 난 그저 청소만 했다.
작은 교무실에 장학사와 손님 몇 분이 들어와 인사를 하는데 “어머나!” 나는 가슴이 쿵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