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옥식 前 영남대 교수

‘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교사 A와 B가 싸워요’ ‘뭐?’
점잖게 한마디 하려는데 불쑥 입에서 ‘히힛!‘ 한마디가…
1970년 여름, 산간 학교를 동곡이라는 강가에서 연 일이 있었다. 나는 부교장으로 동행했다. ‘학교’라 했지만 정작 황무지에 펼친 피난민촌 같은 텐트촌이었다.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는 “너희가 밥해라, 너희가 빨래해라” 하면서도 시간만 되면 꼬박꼬박 기도와 묵상을 시켰다.
이틀쯤 지나자 상황은 한계에 이르렀다. 살갗만 스쳐도 신경질이 이는 판에 마침내 일이 터졌다.
동곡천 개울에서 첨벙거리는데, 교사 대표가 달려왔다. “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왜?” “교사 A와 B가 싸워서, A는 보따리 싸 들고 집에 간답니다” “뭐? … 둘 다 이리 오라고 해!”
말을 뱉고 나니 아찔했다. 긴장 탓에 사소한 일로 다툴 수는 있다지만, 늘 붙어 다니던, 단짝이던 둘이 갈라서면 이번 산간 학교는 어찌한단 말인가.
20미터, 10미터, 5미터… 점점 다가오는 그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공자 맹자를 들먹여? 아니야. 두들겨 패?’ 그럴 수도 없다. 감정이 바싹 오른 사람들 앞에 쓸 처방이 보이지 않는데, 어느덧 3미터, 2미터, 1미터. 그들이 코앞에 섰다.
점잖게 한마디는 해야겠다 싶었는데, 불쑥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뜻밖에도…
최옥식 前 영남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