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그릇
서미숙 前 HSBC 지점장, 체이스은행 PB

체이스은행에 오는 손님을 어떻게 대하셨나요?
돈 문제로 은행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인상을 쓰고 오세요. 제가 생글생글 웃으며 “왜 인상 쓰고 오세요? 살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자! 즐겁게 삽시다. 오케이?” 그러면 그분들이 화를 내려다가도 그냥 웃고 말지요. 포트리 지점 손님들은 저 때문에 웃는 날이 많았어요.
한번은 손님이 퉁명스럽게 물어요. “당신은 어떻게 항상 방글방글 웃냐? 스트레스도 안 쌓이냐?” 몇 년 동안 이 은행과 거래하면서 내가 얼굴 찡그리는 것을 한 번도 못 봤대요. 그래서 내가 말했죠. “어차피 사는 건데 기왕이면 즐겁게 살면 나도 좋고 당신도 좋다. 내가 지금 즐거워하니까 당신도 즐겁지 않으냐?”
돈 문제로 은행 찾는 사람들 인상 쓰고 와 제가 생글생글 웃으며 ‘왜 인상 쓰고 오세요?’ 그러면 화 내려다가
그렇게 웃으면서 친해지고, 즐겁게 일하니까 손님들이 몰려들어 너무너무 바빴어요. 하루에 보통 열댓 개씩 계좌를 열었어요. 제 책상 앞에는 사람들이 항상 대여섯 명은 줄을 서요. 제대로 점심 먹은 역사가 없어요. “다이어트하고 싶으면 포트리 지점으로 와라” 그랬지요.웃음
하루는 손님이 보험 계약을 하고 싶다는데 도저히 들를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 저도 바빠서 나갈 시간이 없어 1년에 3~5일 병가를 낼 수 있는 ‘퍼스널 데이’를 이용해서 일부러 병가를 내고 은행 보험 담당자와 같이 가서 보험 4건을 성사시켰죠.웃음 그러자 본부에서 난리가 났어요. 본부장이 기뻐하며 “너는 왜 쉬는 날까지 일을 하냐?” 그래서 “따로 나가서 비즈니스 할 시간이 없어 그랬다”고 했지요.
그 지점에서 제가 첫 보험 가입 실적을 냈고 40만 불짜리 투자금을 유치했거든요. 조그만 지점에서 그렇게 큰 투자를 수주한 적이 없었대요. 1년 만에 연봉이 14%가 올랐어요. 보통 3~4% 정도 올려주는데 체이스은행은 일한 만큼 대우해 줬어요. 저는 해마다 몇 차례나 보너스도 타고, 목표 달성 수당도 따로 받았어요.
미국 은행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우리 교포들하고도 교류가 많으신가요?
맨해튼에서 사업체나 가게 운영하는 교포들이 주로 체이스은행에서 대출했어요. 근데 9·11 사태로 융자를 못 갚았어요. 3개월 정도 연체되면 은행은 변호사를 통해 사람을 고용해서 융자금을 받아내죠. 이 사람들에게는 협상이라는 게 없어요. 얼마나 악랄한지 몰라요. 금융 지식도 없고 영어를 잘 못하는 교포들이 별 항변도 못 해보고 당하지요. 미국에서 그렇게 신용을 잃으면 그다음에 은행하고 신용 쌓기가 참 힘들어요.
포트리 지점에 한국인 직원이 있다고 하니 교포 한 분이 찾아오셔서 석 달째 상환금을 못 갚아 넘어갈 판이라고 해요. 그분 거래 지점으로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사정했지요. “나도 체이스 직원인데, 9·11 사태로 이분 가게가 다 무너졌다. 갚아야 할 금액이 한 달에 3천 불인데 좀 줄이고 싶다고 한다” 다짜고짜 “안된다” 그래요. “고객이 있고 은행이 있는 거다.
안 갚겠다는 게 아니고 일단 줄여달라는 거다. 그 정도 배려도 안 해주면 그게 무슨 은행이냐?” 그래도 말이 안 통해 “윗사람 바꿔라!” 했죠. 그랬더니…
서미숙 前 HSBC 지점장, 체이스은행 P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