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BS 아날로그 일기예보

고용석 작가

손수 만든 자료로 일기예보하는 일본 앵커

한동안 온라인에서 일본의 ‘아날로그 광기’를 조롱하는 게시물이 유행했다. 코로나 확진자 수를 테이프로 벽에 붙여 통계를 내다 천장까지 그래프가 닿아버린 지자체, 지진 상황을 직접 그림 그려가며 한 장 한 장 넘겨 설명하던 공무원, 온라인 서명이 아니라 여전히 도장을 직접 찍는 사회. 이는 효율성 시대에 비합리적인 집착처럼 보여 일본이 ‘저물어가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또다시 조롱거리가 된 일본 뉴스 캡처 사진을 보고 나는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일기예보 앵커가 태풍 경로를 설명하는데, 흔한 CG 애니메이션 대신 솜으로 만든 태풍 모형 두 개를 종이 지도에 올려놓고 두 태풍이 합쳐지는 장면에서는 두 솜뭉치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었다.
댓글 창에는 “이 정도면 광기다” “무서울 지경” “진짜 쇼와시대냐!” “엑셀 하나면 될걸, 테이프 질이라니” “아나운서 됐을 때 TV에서 종이 인형극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거야” 날 선 비판과 조롱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옆 나라의 뉴스 방식이 나에게까지 전달될 정도면 분명 어떤 매력과 파급력이 있었으리라.
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투박하고 비효율적인 아날로그 정보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일까?

TBS 방송의 ‘선데이모닝’ 속 ‘수제 플립 해설’ 코너는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도 CG 기술은 충분했지만, 그들은 굳이 손으로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놀라운 사실은 제작 스태프 중 미술 전공자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글씨조차 그날 방송하는 아나운서의 손 글씨로 채운다. ‘초등학생 방학 숙제’ 같은 어수룩함이 오히려 시청자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다. 전문 디자이너의 세련됨 대신, 비전문가의 서툰 손길이 주는 ‘진정성’을 선택한 것이다.

앵커가 그래픽 대신 지도에 태풍 모양 솜 뭉치로 일기예보 비효율 조롱하자 ‘따스하다’ 평가도

사실 조롱 섞인 비판보다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한층 더 뜨거웠다. “신기하게 계속 보게 되네요” “이렇게 설명하니 정말 이해하기 쉬움” “손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투박함 속의 흥미로움이 생기고, 뉴스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 디지털 정보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단순히 감성의 문제일까? 총책임자 가네토미 타카시 씨의 인터뷰에서 핵심을 발견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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