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혜 유학생

“성덕아, 혜령아 밥 먹어!”
식사 때마다 부르는 엄마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오기가 생겼다. ‘이번엔 내 이름 부를 때까지 절대 안 나가’ 난 오기를 부리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휙 열리며 터프한 엄마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정혜야, 넌 엄마가 부르는데 왜 안 나와? 귀가 멀었냐?” “엄마가 언제 불렀어요, 오빠랑 혜령이만 불렀잖아요”
“얘는… 넌 중간이니까 오빠랑 동생 부르면 자동으로 나와야지. 가운데가 달리 가운데냐? 다음엔 네 이름만 불러줄게”
또다시 울 엄마의 얼렁뚱땅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것이 제일 싫으면서도 가장 친숙하다.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사랑의 방식이기에…
엄마의 얼렁뚱땅 사랑을 최고로 느꼈던 건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다. 난 생전 처음 엄마로부터 5만 원을 용돈으로 받았다. 그때야 전철표가 300원, 학교 식당 백반이 700원 정도였기에, 5만 원은 큰돈으로 비쳤다.
나는 전철푯값 왕복 600원, 점심 식사비 넉넉하게 1,000원, 커피값 300원에 비상금 300원까지, 하루 2,200원만 들고 다니며 알뜰히 생활했다. 남은 돈으로 6,000원짜리 예쁜 티셔츠를 사서 난 나름 뿌듯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 계산과 점차 어긋나기 시작했다. 강의가 끝난 후 친구들과 커피숍도 가고, 가끔 외식도 해야 했다. 어울려 옷도 사고 놀러도 가고… 일주일에 한두 번의 외식은 용돈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아졌다.
친구들의 용돈 액수를 들으면서 나의 용돈이 적음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친구들과 외식할 때마다 무엇을 먹어야 이번 달을 잘 넘길 수 있나, 고민하는 내 모습에 자존심이 상했다. 항상 얼렁뚱땅 “정혜야, 5만 원 갖고 살 만하지?” 묻거나 “우리 딸은 5만 원으로 한 달 동안 알뜰하게 살아” 하고 주변에 자랑하는 엄마가 왜 그리 야속한지… 나는 이런 엄마에게 돈이 더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친구들이 중국집에 가자고 했다. 난 다시 돈을 빌리기 싫어 집에 일이 있다며 핑계를 대고 그냥 와 버렸다. 집에 오니 엄마가 웃으며 문을 열었다. 그 모습에 괜히 미운 마음이 들어 인상을 찌푸린 채 인사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나의 안색을 살핀 엄마는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다. “어떤 놈이 우리 딸 기분을 상하게 했어! 놈이야, 년이야?” 이유도 모른 채 흥분하는 엄마를 뒤로한 채 방으로 들어갔지만, 엄마도 재빨리 따라 들어와 집요하게 이유를 물었다. 결국 난 참았던 설움을 터뜨렸다. 그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