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 유치원장

어릴 적 우리는 놀이터가 따로 없었다. 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 깊은 산골이라 친구들끼리 비료를 담았던 비닐포대 안에 지푸라기를 넣어 푹신푹신하게 만든 방석 썰매를 들고 동네 가까운 산이란 산은 온통 누비고 다녔다.
때로는 평평한 나무판으로 앉은뱅이 썰매를 만들어 좁고 굽은 개울가에서 옹기종기 모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바로 위 언니의 담임선생님이 우리들 수다 도마 위에 자주 오르내렸다. 그 선생님 별명은 ‘놀란 토끼’였다. 빨갛고 큰 눈이라 언니들이 별명을 그렇게 붙였나 보다.
언니들은 그렇게 부르면서도 우리들이 그렇게 따라 부르면 나무랐다. 그 선생님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했다.
그래도 난 같은 학교 교사인 아버지의 심부름이나, 음식을 갖다드리라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가끔 학교 옆에 붙어있는 작고 초라한 그 선생님 집에 갔었다.
그 선생님은 말이 별로 없고 황소처럼 열심히 일만 하셨다.
자전거 뒤에 태운 어린 아들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혼자 변함없는 자세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며, 자전거에서 떨어지고도 울지도 않는 그 아들의 모습이 세트로 엉뚱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주변이나 마당, 화단을 열심히 가꾸고 청소하는 모습은 놀려대는 우리 말문을 닫아버리게 했다.
어느 해 겨울, 땅이 아직 꽁꽁 얼기 전에 그 선생님이 학교 앞 개울 건너에 삽을 들고 나타나 논에 물꼬를 트고 물을 가득 채우셨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시는 것이었다.
“아니 이 겨울에 모를 심나?” “에? 또 뭐야!! 별거 없네” 우린 멀리서 구경하다 별 흥미 없다는 듯 돌아서 와버렸다. 며칠 후 엄청난 추위가 몰아쳤다.
선생님이 삽을 들고 나타나 논에 물꼬를 트고 가
며칠 후 추위가 몰아치자 꽁꽁 언 커다란 논에서
선생님은 멋진 폼으로 혼자 스케이트를 …
방에 갇혀 며칠을 보내다 오랜만에 모인 아이들은 학교 앞 물 댄 논을 바라보고 모두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최은진 유치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