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로 작가
밤 8시 30분 아래층에 사는 수잔으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아래층 방 큰길가 쪽 창문을 방금 누군가가 둔탁한 물건으로 가격하여 유리창을 깨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수잔은 겁먹은 채로 경찰에 신고하고 있었다. 얼른 현관에 나가 보니 창문이 와장창 깨져 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서둘러 집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수상한 용의점을 살피고 돌아왔다. 주위는 아주 평온한 주말 풍경에 이따금 차들만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는 기름값에 노숙자들은 점점 늘어갔다. 그들이 주택가 근처에서 배회하는 일이 잦은 상황에서 벌어진 유리창 파손 사건은 점점 불안한 쪽으로 상상력이 증폭되고 있었다. 한국에 가느라 미국 집을 비운 사이 벌써 노숙자 한 분이 집 담벼락에서 밤마다 자릴 깔고 거주 중이시란다. 몇 번이고 경찰에 신고도 하였지만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한지 그들은 전화상으로 확인만 할 뿐 노숙자들로 인한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관망만 한다고 알려왔다.
수잔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래층 창문 앞 화단에 가끔 노숙자가 앉아있고 자신의 방 안을 훔쳐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야길 들어보니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만약 그와 관련된 사람이 망치나 흉기로 유리창을 깨고 도주했을 가능성까지 생각해 본다면 스토커 의심 사건에 더 이상 상상하기도 싫은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급기야 나는 현관밖에 성능 좋은 보안 카메라와 센서등을 설치하여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였다. 머리가 복잡해지려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