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주고 싶은 유산

윤송로 작가

산소에 삥 둘러서서 “아버님은 감사하게도 유산으로
아무 재물 남기지 않아 집안에 평화를 남겨주셨어요”

아버지께서 94세에 소천하시고 장례를 치른 후 우리 육남매와 매형들은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산소에 삥 둘러서서 예배를 드리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데 나는 이렇게 운을 띄웠다.

“아버님이 돌아가시며 남기신 유산은 집안의 평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버님은 감사하게도 아무 재물도 남기지 않고 가셨습니다. 덕분에 재산다툼이나 쓸데없는 잡음 없이 집안이 아주 평화롭고 화기애애하잖아요?”
“하하하…” 웃음이 터졌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둘째 아들인 나는 유독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전역한 다음 날 아버지가 내게 건네신 A4용지 한 장엔 어릴 때부터 나를 키우느라 들어간 금전적 비용이 상세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격분하여 종이를 방바닥에 집어 던지고 외쳤다.
“부모가 자식 키우는 것을 돈으로 환산하여 채무처럼 주장할 수 있냐고요? 제가 이 집에 양자로 들어왔나요?”
곧바로 집을 나와 서울로 올라왔다. 그 후…

윤송로 작가
미 육군의학연구소,
국립 과학수사연구소,
남가주대학교 분자생물학 연구실 연구원

spot_img

색 예쁘다는 눈 먼 어머니

Rawia Arroum 소설가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아침 늦은 시간까지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지 않아 한참을 기다리다가 방으로 올라갔다.어머니는 침대에 앉아 있었고, 햇살이...

新聞이냐 舊聞이냐

발행인 윤 학 그림 이종상 어릴 적부터 신문을 보아왔다. 그런데 10년, 20년, 30년 신문을 보면 볼수록 신문新聞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좌절된 신의 한 수

박경민 경영컨설턴트 일본을 알자! 일제 강점기 36년간의 굴욕은 일본의 개항과 조선의 쇄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본만 탓할...

기생에게 ‘여사’ 존칭?

김재연 前 KBS 국장 형님은 사극 연출가로 승승장구하면서도 오래도록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 기저에는 젊은 날의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었던...

사슴 숨겨준 포도나무

이솝우화 사냥꾼에게 쫓기던 사슴 한 마리가포도나무 밑에 숨었다. 포도나무가 숨겨준 덕분에사냥꾼들은 사슴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안심한 사슴은 포도나무 잎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사냥꾼...

관련 기사

커피와 새벽기도

윤송로 작가 미국에 처음 들어와서 우리 가족은 3층 규모의 다가구주택에 세 들어 살았다. 커뮤니티 중간에 작은 풀장이 있는 미국의 전형적인 서민아파트였다.중년이 훨씬 넘은 42세 비교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