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미국의 대공황은 1929년 10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공교롭게도 이 무렵 뉴욕의 두 부호인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월터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의 존 래스콥은 ‘누가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나’ 경쟁을 벌였다.
1930년에 완공된 크라이슬러 빌딩(높이 366미터)은 1931년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높이 443미터)이 지어지기까지 11개월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쌍둥이 빌딩인 세계무역센터가 1970년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어놓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영광을 40년 동안 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들이 올라간 시점에 미국 경제는 역사상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했다. 그 후로 세계 최고층 건물이 올라가면 경제는 추락한다는 이론이 힘을 얻게 되어 흔히 ‘마천루의 저주’라고 불린다.
최고층 건물을 지은 나라는 ‘우리도 해냈다’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고, 국력을 상징하는 엠블럼으로 각인되곤 한다. 그런데 축배를 드는 순간 그 잔이 독배로 변하고 경제적으로 저주를 받는 상황들이 나타났다. 1998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인 페트로나스 타워높이 452미터가 우뚝 솟았다. 공교롭게도 그해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이 지역을 휩쓸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높이 828미터)가 2010년 두바이의 하늘을 뚫고 올라서는 순간, 아랍에미리트는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았다.
과연 마천루의 저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론인가?
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서울법대 졸, 와튼스쿨 박사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종신교수
2001년 ‘올해의 교수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