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순 간호사

첫 번째 수간호사 시험 때였다. 시험장에 갔는데 내 자리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애간장을 태우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나는 꿈이 잘 맞는다. 그래서 안 좋은 꿈을 꿀 때면 불안하다. 선배 수간호사들은 “네가 아니면 누가 되느냐”고 걱정 말라 했지만 결국 낙방했다.
두 번째 치른 수간호사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면접시험 전날, 또 안 좋은 꿈을 꾸게 될까 봐 잠자기가 두려웠다. 그러다 새벽녘 얼핏 잠이 들었는데 너른 들판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목화송이 같은 탐스러운 눈이 어찌나 편안하게 내리던지 꿈에서 깬 후에도 한참 동안 황홀했다. 이번엔 합격을 직감했다. 지금도 힘들 때 그 꿈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꿈 말고도 나에겐 어린 시절부터 여고 시절까지 변하지 않는 꿈이 있었다. 섬마을 초등학교 선생님!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공부하고 시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교육대학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재수까지 했는데도 결과는 같았다.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간호대학에 입학했다. 소신도 없이 진학한 간호대학에 적응하기란 녹록지 않았다.
학과 공부는 하지 않고 타 대학 국문과 학생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문학을 논하고 시를 썼다.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았다.
1학년이 끝나갈 무렵 간호학 기초 실습 시간, 그날은 근육주사 실습이 있었다. 서로 짝을 지어 교대로 엉덩이에 주사를 놔야 했다. 짝이 먼저 내 엉덩이에 주사를 놨다. 드디어 차례가 되었다.
주사기를 들었지만 도저히 찌를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반대 손으로 짝의 엉덩이를 때렸으나 주사기를 든 손은 허공에서 벌벌 떨기만 할 뿐이었다. 얼굴은 땀범벅이 되고 눈물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때 호랑이로 소문 난 기초 실습 교수님이 “뭐가 문제야?” 하며 다가왔다. 상황을 눈치챈 교수님은 “내가 너 이럴 줄 알았어! 네가 간호사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하고는 한심한 듯 나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주사기를 든 내 손을 덥석 감싸 쥐더니 순간 짝의 엉덩이에 주삿바늘을 내리꽂았다. “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는 주저앉아 목 놓아 울었다.
주사 못 놓고 떨기만 하자 교수님 내 손 감싸더니 짝 엉덩이에 주삿바늘 내리꽂아 “아악!”
그 후, 그 교수님을 볼 때마다 ‘네가 간호사가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가 가슴 아래께에서 울컥거리며 올라왔다. 그때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