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재는 GDP와 1인당 GDP를 국민의 복지나 행복의 지표로 삼기엔 한계가 있다. 물질적 만족도는 잴 수 있지만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진리와는 거리가 크다.
전쟁이 나면 GDP가 오르기 쉽다.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집·건물·도로와 오랜 역사 속에서 인류가 이룩해낸 찬란한 문화유산까지 파괴되는 비극적인 참상에도 정부지출이 늘고 생산활동의 가동률이 높아지며 복구 투자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GDP는 제2차 세계대전·한국전쟁·베트남전쟁 때 크게 증가했다.
교통사고도 같다. 사고가 많을수록 수리·치료·소송 비용이 늘어 GDP가 불어난다. 수리 5백만 원, 치료 천만 원, 변호사 7백만 원이면 당사자나 사회는 전혀 나아진 것이 없는데도 GDP는 2천 2백만 원 증가한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수시로 갈아치우는 행위도 GDP는 키우지만 분명 자원 낭비임이 틀림없다.
GDP는 시장에서 가격이 붙은 활동만 담는다. 가정주부의 가사 노동이나 가사 활동(자급자족)은 복지에 크게 기여해도 가격을 매기기 어려워 대게 누락된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여는 파티는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외부 업체에 맡기면 그 지출은 GDP로 잡힌다.
자급 활동의 비중은 저개발국일수록 크다. 부모가 집에서 아이 머리를 깎으면 0원이지만, 미용실에서 이발하면 그만큼 GDP가 늘어난다. 그래서 저개발국의 GDP는 과소 평가되기 쉽다.
IMF에 따르면 2024년 1인당 GDP는 미국(7위) 85,812달러, 한국(33위) 36,129달러, 부탄(130위) 4,068달러다. 이를 근거로 미국이 부탄보다 21배, 한국이 9배 잘 산다고 단정하면 이는 논리의 비약이다. 자급·비시장 활동의 일부는 추정해 포함되기도 하지만, 자급 활동이 높은 나라의 실질 소득은 통계보다 훨씬 높다.
GDP를 행복의 지표로 삼기엔 한계 전쟁 나면 복구 투자 뒤따르기에 GDP 오르기 쉬워 교통사고도 같아
또 GDP는 시장가격으로 평가되므로 가격 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저평가된다. 예컨대 500달러는 뉴욕에선 스튜디오 임대료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부탄에선 가정부가 딸린 방 4개짜리 아파트 한 달 임대가 가능한 큰돈일 수 있다. 이발료가 미국 15달러, 부탄 1달러라면 같은 서비스를 두고도 미국 GDP는 15달러, 부탄은 1달러만 늘어난다.
우리가 흔히 비교하는 1인당 GDP는 시장환율로 달러 환산한 값이라 물가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하려고 구매력평가PPP 기준을 쓰며, 이 기준으로는 중국의 2014년 GDP가 미국을 추월했다. 중국의 물가수준이 미국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또 GDP는 여가의 가치를 포함하지 않는다. 여가는 산정이 어렵지만, 적당한 여가는 생산성과 건강 수준을 높여 결국 복지 증대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1인당 GDP는 평균치여서 분배의 문제를 고려하지 못한다. 국민 10명인 오즈와 샹그릴라를 예를 들어 보자. 오즈에선 다섯 명이 4만 8천 달러, 나머지 다섯 명이 2천 달러를 번다. 샹그릴라는 10명 모두 2만 5천 달러씩 번다. 두 나라의 1인당 GDP는 같지만 오즈의 절반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다.
종교와 철학은 오래도록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왔으나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