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방송작가

기름과 매운 고춧가루 냄새가 나는 경동시장 4번 입구에 들어서자 우리가 흔히 알던 시장 풍경이 펼쳐졌다. 정육점에는 삼겹살을 찾는 손님이, 반찬 가게 앞엔 갓 구운 전을 내놓는다. 한낮의 시장은 한산하다. 저녁 장을 보러 올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만 바쁘다.
한번 맛보고 가라는 고소한 아몬드를 씹으며 시장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섰다. 돌아 돌아 어렵게 찾은 입구로 들어서니 시장과 전혀 다른 공간이 나타났다.
조용한 시장과 달리 그곳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눈치 싸움을 할 정도로 자리 쟁탈전이 이어진다. 누군가의 이름이 벽에 번쩍 떠올랐다. 계단식 좌석에서 일어난 이가 내려와 커피가 든 쟁반을 들고 돌아선다. 천장은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 벽 역시 그대로 유지했다.
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공간이 주는 재미는 상상 이상이다. 빈자리 찾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이 가득한 이곳은 30여 년간 상인들의 창고로 쓰이던 경동극장이다.
전통시장 부활 이끈 건 반전의 재미 골목 탐방해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할 때마다
스타벅스에서 건물 3, 4층을 개조해 카페로 바꾸었다.
재래시장과 뒤섞인 이질적인 카페지만 이미 SNS에서는 #경동극장 #경동극장변신 #경동극장리모델링 해시태그로 젊은이들이 찾는, 가고 싶은 핫플이 되었다.
익숙하고 친근한 것에 다른 것을 더하자 변화가 찾아왔다. 침체하였던 경동시장에 활력이 일었다. 적당히 쌓은 오이와 감자, 상자를 찢어 적은 가격표에서 날것의 감성을 발견했다. 농담과 함께 흥정이 오가고, 덤으로 준 과일 한 개에 정이 넘친다.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누군가에는 신선한 재미로 시장을 기억한다.
양곡창고, 방직공장부터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작은 시골 역을 개조해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바꾸었다. 분교를 개조해 숙소로 지은 곳도 있다.
한 번은 목욕탕이라 적힌 곳을 지나쳤는데 사람들이 계속 오가는 게 신기해 들어가 보니..
김현숙 방송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