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공부해야?

이유민 의사

강의를 듣고 처음으로 ‘아, 결혼이 좋은 거구나. 나도 결혼을 해야겠어’하는 생각이…

직장생활을 하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와 졸업 후 바로 시작한 일을 핑계로 연애를 못 한 지 너무 오래되었다.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주변에 선포했지만 이미 자기 짝을 만나 떠날 사람은 다들 떠나 인연 만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절감하며 시간은 또 흘러만 갔다.
결혼보다 로또 당첨이 빠를 것 같다고 투덜거리던 중 친한 동생이 흰물결 ‘결혼아카데미’를 권유했다.
“농담이 아니라, 나는 나이도 내 위아래로 열 살 정도까지 차이 나도 괜찮아. 외국인이어도, 종교도, 직업도 상관없어. 내가 돈을 벌고 남편이 집안일을 해도 그걸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면, 내가 하는 일을 존중해 주는 사람이면 충분한데…”

내 얘길 듣던 동생이 말했다. “언니, 저는 이제까지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솔직히 사귀는 사람이 있을 때도 결혼은 막연히 자신이 없었고요. 그런데 ‘결혼아카데미’ 강의를 듣고 처음으로 ‘아, 결혼이 좋은 거구나. 나도 결혼을 해야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학벌이나 외모, 직업, 경제적인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결혼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의 수준, 삶에서 추구하는 바가 같은 사람끼리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신선하면서도 참 공감되더라고요” 정말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내게도 참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우와, 그 강의하는 분 마인드가 진짜 멋지다. 그분은 나이가 어떻게 되셔? 결혼하셨어?” 내 물음에 동생은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위까지 보셨어요. 자녀들에게 좋은 결혼관을 심어주려고 아카데미를 시작한 거래요” 평소 헛소리 안 하는 그 동생을 믿고 덜컥 신청했다.
결혼아카데미에서 “너무 많은 고민을 하는 것보단 결혼의 본질을 먼저 생각하고 일단 결혼을 저지르면 길이 열린다”는 윤 학 변호사의 강의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연애를 피하고 집 구하기 힘들어서 결혼을 미루는데, 일단 결심만 하면 방법은 어떤 식으로든 생기기 마련이라는 이야기였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겁이 많아져 작은 일도 시작하려면 망설이는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래서 2주 뒤 열린 ‘미혼남녀 1:1 만남’ 프로그램에서는 ‘이 나이에 단체 맞선 같은 건가’ 생각하면서도 완전히 마음을 열고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될지 호기심과 약간의 어색함으로 쭈뼛거리는 가운데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학창 시절 불렀던 별명 같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게임도 하고 정성스럽게 준비된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니 어색함은 금방 사라지고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싶은지, 어떤 배우자가 되어야 할지 막연했는데…

모두들 유쾌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니 남녀의 만남이라기보단 친구들과 놀러 온 기분이 들어서 조금 남아있던 내숭과 수줍음도 다 내려놓고 아주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참가자들은 서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자와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결혼을 위해 내가 갖추어야 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자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취미가 비슷하면 좋겠다” “말이 통하고 같이 있을 때 즐거운 사람이면 좋겠다” 등 의외로 소박한 것이었다.
그래서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는 작은 것에도 함께 공감하는 사람이면 되는구나, 내가 먼저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연애든 결혼이든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싶은지, 나는 어떤 배우자가 되어야 할지 막연했는데 덕분에 명확하게 생각이 정리됐다.
결혼아카데미 이후로 그동안 어색한 자리가 부담스러워 피했던 소개팅도 열심히 하고, 지인들이 초대하는 모임에도 무조건 뛰어나간다. ‘일단 저질러보는 게 중요해!’라고 주문을 외면서.
요즘은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미혼 동지들에게 적극적으로 결혼아카데미를 추천하고 있다. 속으로는 ‘이러다가 동지가 한 명 또 줄어드는 건 아닐까’ 살짝 걱정도 되지만 말이다.

이유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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