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대담 – 딸 묻고 아빠 답하고
흰물결 편집실
아빠가 약삭빠르게 행동하지 않아서 오히려 돈이 따라왔던 경험이 있어?
시골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잖아. 당시 판검사 안 하고 바로 변호사 시작하면 시시하게 봤어. 누가 나한테 일을 맡기러 오겠어? 개업할 돈도 없으니 무역, 해상보험, 비행기 사고를 다루는 국제 로펌에 들어갔지. 마침 그 당시 모 재벌 회장한테 신문에 대서특필 될 만큼 큰 소송이 벌어졌어. 장인으로부터 사위인 내가 변호사란 걸 회장이 들었나 봐. 회장이 그 사건 기록을 나에게도 보여주라고 해서 장인이 가져왔더라고.
그때 대법관도 지내고 법원장도 지낸 기라성 같은 변호사들 다섯 분한테 검토해 보라고 사건 기록을 다 준 거야. 그분들한테는 검토 비용으로 500만 원씩이나 줬다고 하더라고. 이제 갓 변호사가 된 나한테는 그냥 한번 읽어보라고 준 거지. 나는 로펌도 막 들어갔으니 거기 일만으로도 벅차고 회장이 나한테 그 큰 사건을 맡길 리도 없잖아. 그런데 호기심이 생겨 뒤적여보니깐 재밌더라고. 내가 그 기록을 다 검토한다 한들 그 회장이 초짜 변호사인 나에게 그 일을 맡길 리도 없지만 기록도 다 살펴보고 판례도 찾아보고 그랬지.
어느 날 그 회장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