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진이와 ‘짝꿍’ 되었더니

이현주 아동복지사

“선생님… 이거… 이거… 선물이에요…” 준원이가 쑥스러워하며 나에게 내민 것은 ‘계란’ 한 알. 계란이 따뜻했다. 이 계란을 작은 손에 움켜쥐고 교실마다 나를 찾아다녔을 준원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계란만큼 따뜻해졌다.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우리 반에 창진이란 아이가 있었다. 하얀 피부에 큰 눈을 가진 귀티 나는 남학생이었다. 그 아이의 외양으로 봐서는 우리 여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으나 늘 혼자였다. 약간의 장애가 있었는데, 철없는 우리들에게 그것은 그와 친할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그는 늘 혼자 다녔고 혼자 점심을 먹었으며, 결석이 잦아 짝꿍도 없이 혼자 앉았다.

담임선생님이 “네가 늘 혼자인 창진이 짝이 되면 좋겠구나!”
그 후 창진이는 웃기도 장난도…

하루는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현주야. 선생님은 네가 창진이와 짝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짝꿍이 되고 친구가 되어 주는 게 어떻겠니?”
우리는 ‘짝꿍’이 되었다. 짝이 되고 난 뒤, 창진이는 예전에 내가 알던 창진이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이야기도 잘했고 웃기도 잘했으며 장난도 잘 치는 활달한 아이였다. 창진이와 나는 말할 것도 없이 좋은 짝이 되었다.
하지만, 창진이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했고 감기에도 며칠씩 결석을 해야 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한 달이 되도록 학교에 못 나온 적도 있었다. 나는 짝꿍 없이 혼자 책상을 지키게 되었다. 선생님은 그것을 안타깝게 보셨는지 마침 전학 온 친구와 짝을 만들어 주셨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수업 중 고요한 적막을 깨며 ‘드르륵’ 교실 문이 열렸다. 목발을 짚고 혼자서 교실에 올라온 듯 땀에 젖은 창진이가 말없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창진이는 교실 안으로 두어 걸음 들어오더니 교실 안을 빙 둘러보았다. 곧 내가 다른 아이랑 짝이 되어있는 걸 꼼짝도 안 하고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엉엉’소리를 내며, 서럽게 우는 것이다. 당황한 담임선생님은 달려가서 창진이를 달래느라 혼이 나셨다. 물론 나는 다음날로 다시 창진이와 짝이 되었다. 그때부터 창진이는 아무리 아파도 학교에 나오려고 노력했다.

다른 아이 짝이 된 날 보더니 갑자기 ‘엉엉’ 울어
그때부터 창진이는 아파도 학교에 나오려고…

창진이 부모님께서는 슈퍼를 운영하셨는데, 매일 창진이는 초콜릿, 과자, 사탕, 껌 등을 가방에 가득 넣어왔다. “이거… 이거… 선물이야… 너 줄려고 가지고 왔어” 창진이는 내 책상 위에 그것을 ‘와르르’ 쏟아붓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이 왜 여기까지 밖에 나지 않는 걸까? 그 후 반은 달라도 졸업 할 때까지 학교를 같이 다녔을 텐데…

오늘 준원이가 준 계란을 보고 있으려니, 그 친구가 생각난다.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과자를 나의 책상에 가득 쏟아부으며 환하게 웃던 그 친구의 얼굴이 자꾸만 자꾸만 생각난다.

이현주 아동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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