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뜨면 회사 가고 싶은 사원

손봉수 前 하이트진로 사장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하이트진로 CEO까지 오르셨더군요. 그 비결을 듣고 싶어요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해야 하는데 저같이 지방대 나온 사람은 면접 보기도 어려웠어요. 원서에 출신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데 제가 나온 경상대학교는 기타 대학으로 분류되어 있었어요. 원서 제출 때부터 기타 대학 출신으로 빼버린 거죠. 원서 심사에 통과해 면접이라도 한번 봤으면 좋겠더라고요.

공채로 들어가서 ‘월화수목금금금’ 그렇게 살아 남들은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고들 했지만 눈만 뜨면 회사에 빨리 가고 싶어

그런데 조선맥주 마산공장에 마침 결원이 생긴 거예요. 마산공장이 시골에 있어서 그나마 제가 뽑힐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들어가서 보니까 저 빼고 다 서울대, 연대, 고대 출신들이더라고요.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저 같은 사람은 쳐다도 안 봐요.
그러다 보니 내가 더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입사 때 결심해서 사장직하고 나올 때까지 지킨 약속이 ‘다른 사람보다 2시간 먼저 출근하자’입니다.
2시간 전에 출근해서 선배들 책상에 놓인 재떨이들을 다 걷어서 비우고 깨끗이 닦아 물에 적신 휴지를 딱 깔아 놨어요. 책상, 바닥 청소 다 해도 1시간 정도면 돼요. 남은 1시간은 내 시간이 되잖아요. 처음에는 한두 번 그러다 말겠지 생각하던 사람들이 해가 가도 꾸준히 하니까 저를 다시 보더라고요.
공채로 들어가서 진짜 ‘월화수목금금금’ 그렇게 살았거든요. 남들은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고들 했지만 정작 저는 눈만 뜨면 회사에 빨리 가고 싶었어요.
직원들한테 강의할 때도 “눈만 뜨면 회사 나오기 싫다고들 하는데 너희 스스로 ‘눈만 뜨면 달려가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라” 그래요. “눈 뜨면 가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은 너희 자신이지, 임원이나 회사 대표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이트 맥주’ 출시 후 공장 내부 시찰 중인 손봉수 사장
사원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도 조선맥주 회장님이 특별히 관심을 보이셨다면서요

지방대 출신이라고 무시 안 당하려면 ‘석사를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실제로 일을 해보니까 공부가 좀 더 필요하더라고요.
그런데 석사 마치고 나서도 대학 연구실 사람들이 내가 전혀 모르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나를 왕따시킨 것도 아닌데 그 대화에 낄 수가 없었죠. ‘쟤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 하는 거지?’ 알고 보니 박사 과정 학생들이었어요.
‘안 되겠다. 박사 한번 해봐야 되겠다’ 덤벼들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진짜 후회 많이 했습니다.웃음 야간 대학원이면 퇴근하고 가면 되는데 저는 일반 정규 대학원이어서 똑같이 수업받고 논문을 써야 되잖아요. 발효공학 논문을 쓰려면 실험을 어마어마하게 해야 해요.
그 와중에 회사에서는 나도 점점 고참이 되어가니 어찌나 바쁜지… 대리 때 박사 과정을 시작했는데 회사 일이 늦게 끝나는 데다 심지어 회식 가는 날도 있어요. 그럼 회식 다 끝나고 그제야 학교에 가서 실험을 하는 거예요. 밤새워서 실험하다가 거기서 자고 씻고 라면을 끓여 먹고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거죠.

한번은 실험 준비해서 후배와 교대로 운전하며 대덕연구소로 가는데 밤을 새웠으니까 얼마나 졸리겠어요. 쏟아지는 잠을 참으면서 열심히 가고 있는데 후배가 “형, 왜 안 갑니까?” 나는 액셀을 밟았다고 생각했는데 핸들만 잡고 액셀을 안 밟고 있는 거예요.웃음
우여곡절 끝에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당시 조선맥주 주식회사에서 박사학위자가 전무 한 명, 제가 두 번째더라고요.
그때 막 과장으로 진급했었는데 공장장에게 제 논문을 갖다 드렸지요. 그전까지는 회사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는다는 이야기를 차마 못 했거든요.
논문을 딱 드리니까 공장장이 깜짝 놀라서 “회장님한테 보고해야겠다” 하는 거예요. 자기 밑에 있는 과장이 박사학위를 받았으니까 회장한테 보고하면 자기가 칭찬을 받겠다 싶은 거죠. 부하 관리를 잘한 거니까. 저는 꿈에도 생각 못 한 일이었죠.
그 양반이 그날로 마산에서 서울로 올라가 회장한테 보고를 했어요. 회장이 “당신 부하직원 관리를 참 잘했네. 이런 사람이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칭찬을 엄청 한 거죠.
그런데 그다음 날 본사는 발칵 뒤집어졌대요. 회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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