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이렇게 재판한다
하광룡 변호사
꽤 늦은 시간 음식점에 술 취한 젊은 남자가 들어와 술을 마신 후 계속 주문했다.
여주인이 음식점 문을 닫아야 한다며 이제 좀 나가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계속 술이나 달라며 행패를 부렸다.
이에 주인은 이웃 아저씨에게 연락하여 진상 손님을 내보내는 일을 좀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웃 아저씨가 음식점에 와 보니 술 취한 사람은 안면 있는 청년이었다.
아저씨는 젊은이를 음식점에서 나가라고 타일렀으나 청년은 막무가내로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며 퇴거를 거부했다.
아저씨는 대드는 청년을 밀어서 음식점 문밖으로 내보내려고 했다. 그러다 청년의 발이 문틀에 걸려 넘어지게 되었고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 청년이 폭력행위로 경찰에 신고하여 아저씨는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이 떨어졌다.
이에 아저씨는 그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자신은 이웃을 도와줬을 따름이며, 젊은이에게 상해를 입힐 고의도 없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정식재판을 맡은 나는 “행패를 부리며 퇴거를 거부하는 자를 이웃을 위해 내보내려고 한 피고인의 행위는 어찌 보면 오히려 선행이라 할 수 있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를 받은 그 피고인은 법정을 나서며 두 손을 번쩍 들고 “정의는 살아있다” 외쳤다.
그 당시 형사재판 판사와 공판검사는 재판하는 날 함께 점심 식사하는 일이 많았다. 그날도 공판담당 검사와 점심을 같이 하는데 검사가 “판사님, 그런 사건은 선고유예 판결을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아마도 상부에 보고하고 항소장을 작성하는 번거로운 일이 예상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