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각 신부
지난 2002년, 남양성모성지에 묵주기도 길을 만들었다. 성지 개발 초창기부터 하고 싶었던 그 일을 13년 만에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땅을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성지 입구에 40여 년 동안 주민들이 밟고 다니던 짧은 논두렁 길이 하나 있었다. 성지가 개발되면서 순례자들이 그 길로 다니자 땅 주인은 비싼 값에 그 길을 사라고 했다. 개인 소유의 땅이긴 하지만, 순례자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 모두 그 길로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사지 않으려고 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 땅 주인이 가축 분뇨를 덤프트럭으로 실어다가 그 길에 높다랗게 부려 놓았다. 그 고약한 냄새와 파리들… 성지 입구를 가로막은 오물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결국 그 땅을 살 수밖에 없었다.
묵주기도 길에도 그 사람 소유의 땅이 있었다. 오랜 세월 길로 사용하던 논두렁 길 하나는 그렇게 지독한 방법으로 팔더니, 정작 성지에서 필요한 땅은 절대로 팔 수 없다고 버텼다. 그렇게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얼마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