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전의 에도

박경민 경영컨설턴트

일본을 알자!

일제 강점기 36년간의 굴욕은 일본의 개항과 조선의 쇄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본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우리의 문제점을 깊이 느껴보면서 내일의 한일관계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바람에서 개항 전후의 한일 역사를 돌아보는 연재를 시작한다.

페리의 내항 이후 철수까지의 전 과정은 당시 에도(도쿄) 시민들 사이에 연일 큰 화제였다. 에도 시민들은 전쟁의 발발, 막부의 대응, 향후 정치·군사적 예상은 물론 군함, 대포와 심지어 페리 제독의 모습 등에 이르기까지 목격담이나 들은 얘기에 조미료를 뿌려가며 오랜 기간 소문과 화제를 양산하고 있었다.

하급 무사들은 증기선 한 척 없는 막부가 패할 것이 뻔한데도 전쟁론을 펴며 여론을 주도

다음 해 페리가 돌아올 때까지 개항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막부에게는 시민들의 지대한 관심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에도막부 개설 이래 250년간 이어져 온 쇄국정책을 양이의 위협으로 한순간에 풀어버린다면 백성들은 물론 막부의 지지기반인 무사들로부터도 전투 한번 못 하고 적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비난과 조롱을 받을 게 뻔하기에 막부의 체면과 위신이 서지 않을 터였다.
그렇다고 만일 조약 체결을 거부하면 페리 함대의 위력을 눈으로 확인한 이상 바로 전쟁인 마당에 증기선 한 척 없는 막부가 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사계급 중 대다수를 차지했던 하급 무사들은 전쟁론을 펴고 있었다. ‘신국 일본은 가미카제로 보호받는다’고 주장하는 자, ‘양이는 신국을 더럽힐 수 없기에 무조건 이긴다’고 주장하는 자 등 목소리 큰 자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었다. 에도막부 창설 이래 250년간 태평성대였기에 이번 기회에 사무라이의 존재를 보여주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당시 19세의 하급 무사 사카모토 료마도 마찬가지였다. 도사번에서 에도로 무술 유학을 왔다가 도사번 담당구역 해안경비대에 배치되어 페리 함대를 목격한 료마는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흥분해 고향의 부친에게 편지를 썼다.
“전쟁이 나면 외국 놈들의 목을 따서 고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막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격론으로 시간을 끌고 있었다. 일본 전체 260여 개의 번(지방정권)을 지배하는 무사 정권의 최고 지휘부의 난처한 처지가 알려지는 순간, 무력을 근간으로 하는 막부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막부의 노력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었다. 4척의 페리 함대에 놀라 고민하는 막부의 처지를 풍자한 노래가 에도 시민들에게 유행하고 있었다.

‘태평스러운 잠을 깨우는 조키센(증기선과 발음이 같은 일본차) 불과 4잔에 밤잠을 잘 수 없다네’


1854년 1월 16일 페리 제독은 전년도보다 큰 규모인 7척의 군함을 끌고 와 한적한 요코하마 해변가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막부는 스모를 보여주며 미국을 겁주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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