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산 열풍?

포효의 투자 열풍, 환희의 댄스

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한때 그렇게
빛나던 광채였건만
나의 시야에서
영원히 사라졌도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윌리엄 워즈워스

미국의 대공황은 1929년 10월 28일 월요일에 갑자기 시작되었다. 대공황 발발 전 1920년대로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부동산투기, 주식투기의 광풍이 몰아쳤다. 대공황 바로 직전인 1929년 미국의 주식시장은 ‘포효의 20년대’의 마지막을 장식이라도 하듯 많은 사람들에게 돈벌이를 위한 축제의 장이 되었다. 1929년 약 1,000만 명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주식에 투자한 돈이 나무가 자라듯 무럭무럭 커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눈앞에 다가오는 심각한 경제적 재앙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

부자된 양 착각했던 수백만 명 하루아침에 거지로, 자살로

타이타닉호의 승객들이 몇 시간 후에 다가올 재앙을 전혀 예감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환희의 댄스에 도취돼 있었던 것처럼, 미국 시민들은 몇 달 후면 다가올 재앙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돈벌이의 환희에 취해 있었던 것이다. 소돔과 고모라 성이 무너지던 그날도 찬란한 아침 해는 떠올랐다.
바람이 팽팽히 들어찬 고무풍선에 핀을 꽂으면 금방 펑 터지듯이 미국 주식시장의 거품은 갑자기 터졌다. 주식시장의 잔치가 끝났을 때 상황은 마치 거대한 댐이 갑자기 무너져 내린 듯 처참했다.

투자열풍은 탐욕의 결과, 소돔·고모라처럼 돈벌이 환희 취해

1929년 10월 29일 화요일, ‘사자 주문’은 실종된 채 ‘팔자 주문’이 눈사태처럼 밀려들기 시작하면서 주식시장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날 단 하루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 그전 1년 동안 증가했던 시장가치와 맞먹는 금액이 공중으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대공황의 시작이었다.
대공황이 발발하기 전 종이자산주식의 증가만 믿고 부자가 된 양 착각했던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거지로 전락했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공황 직전의 투자 열풍은 합리적인 이윤 추구의 한계를 훨씬 벗어난 탐욕의 결과였다.
대공황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시장경제의 힘을 믿는 고전학파 경제학이 지배했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경제 주체들이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고 시장이 완전경쟁 상태에서 움직이면 경제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공황은 고전학파의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여지없이 짓밟은 것이다. 경제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10년 이상이나 표류했다.
이때 백기사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등장했다.

미국에서 케인스혁명 없었더라면 공산혁명이 일어났을지도…

정부의 개입을 옹호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이었다. 케인스는 대공황 때 미국을 세 번 방문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규모 공공사업인 뉴딜정책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대공황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만약 케인스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공산주의 혁명이 미국 땅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으니, 케인스의 시장개입주의가 자본주의를 구출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케인스 경제학을 수정자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공황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더 굳건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서울 법대 졸업, 와튼스쿨 박사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종신교수
‘올해의 교수상’ 수상(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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