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최첨단 기술인가

발행인 윤 학

정치든 경제든 요즘 ‘초격차 기술’이 화제가 되고 있다. 세상 모두가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 아예 추격을 못 하도록 하는 기술을 가지려고 온 힘을 쏟고 있다. 초격차 기술을 가져야만 진정 부강한 나라, 초일류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초격차 기술을 가지려 하는가? 그 기술로 부와 권력을 얻을 거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부와 권력으로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에서다.

전기는 원자력에, 전화기는 스마트폰에 의해 고물로 전락!
초격차 기술 지위 한순간에 잃어

그렇다면 진정한 초격차 기술은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런 기술이 과연 존재할까? 역사를 보면 초격차 기술은 수없이 많았다.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도 에디슨의 전기도 아이비엠 컴퓨터도… 그런데 그것들이 아직도 초격차 기술인가?
전기는 원자력에 의해, 증기기관은 디젤에 의해, 전화기는 스마트폰에 의해 고물로 전락하지 않았던가. 하늘 아래 그 어떤 기술도 초격차 기술의 지위를 한순간에 잃게 되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초격차 학력과 초격차 부와 초격차 권력도 마찬가지다. 수천조의 재산을 가진 사람도 평생 그 0.1퍼센트도 못 쓰고 생을 마치고,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진 사람도, 산천초목을 흔들던 권력자도 맥없이 생을 마친다. 더구나 초격차 기술로 아무리 많은 부와 권력을 누려도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세상 모두가 가지려는 초격차 기술도 허상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도 고물이 되지 않을 기술, 우리의 삶에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기술이라야만 진정한 초격차 기술이 될 것이다. 하늘 아래 그런 기술은 없을까?

재일교포로 궂은일을 하며 살아온 여인이 있다. 노인들을 돌보는 간호사 보조로 일해 온 그녀의 삶은 힘들기만 했다.
그녀는 기독교인이지만 불교의 윤회를 믿고 싶었다. 다시 태어나 패자부활전에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그만큼 애달픈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도쿄 ‘에세이스쿨’에 왔다. 거기서 그녀는 정말 아름다운 삶을 글로 담아냈다. 요양원 노인을 돌보다 대변을 치우고 나면 아무리 손을 씻어도 냄새가 났다. 요양원을 그만두던 날 평소 말 한마디 없던 할머니가 “나는 너 같은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몰랐다. 고맙다”고 했다. 그 말에 놀라 사랑으로 변을 치워드렸는데 대변 냄새가 전혀 안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글을 <월간독자 Reader>에 실었다.
“내 글이 책에 실리니까 우리 딸내미가 나를 보는 표정이 바뀌더라고요. ‘수다나 떠는 엄마인 줄 알았는데 우리 엄마는 역시 다르구나’ 하면서 그렇게 뿌듯해하는 거예요. 그 표정이 너무 좋았어요. 이제는 죽을 때도 막 웃으면서 죽을 것 같아요. 윤회도 필요 없어요. 입으로 하는 고백은 잊혀지지만 손으로 쓰는 글은 영원히 기억될 진짜 고백이 되더라고요”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의 글이야말로 초격차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한 편, 그것으로 그녀가 얻은 행복감은 이 세상 어떤 초격차 기술보다 더 그녀를 행복하게 하지 않았는가. 윤회로 다시 얻는 삶의 행복감보다 훨씬 큰 행복을 세상의 그 어떤 초격차 기술이 줄 수 있겠는가. 그동안 가슴속에만 묻어둔 그녀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그녀는 죽음도 뛰어넘는 행복을 맛본다. 그뿐인가! 그 자녀들은 물론 나와 수많은 독자들까지 행복하게 해주었으니 얼마나 놀라운 초격차 기술인가. 그 글은 수백 년이 지나도 수천 년이 지나도 고물이 되지 않고 싱그럽게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일본의 한 청년도 의붓아버지와의 악몽 같은 하루를 아름답게 승화한 글을 써서 한국인인 나까지 행복하게 했다. 이처럼 우리가 진실하게 살아낸 하루하루는 영구히 빛나는 별처럼 우리를 오래도록 행복하게 해준다.
예수와 석가의 말씀이 없었다고 생각해 보라! 사랑과 평화 대신 미움과 증오, 투쟁과 약육강식이 진리인 양 우리를 지배하고 있지 않을까. 그들이 남겨 준 메시지는 천년이 지나도 만년이 지나도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초격차 기술이었던 증기기관이 사라져도 우리는 또 다른 기술로 살아가지만 그런 사람들의 빛나는 삶이 없었다고 생각해 보라! 예수와 석가야말로 초격차 기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언론에서 떠드는 초격차 기술은 소수의 몇 사람만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진정한 초격차 기술은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궂은일에 나서는 것,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돕는 것, 누군가를 위해 아름다운 글을 쓰고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는 것, 다정한 위로와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것, 그런 일은 나를 앞서려는 사람도 없고 나를 늘 행복하게 해준다.

아무리 많은 부와 권력 누려도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초격차 기술은 허상에 불과

인간다움만 잃지 않으면 우리는 누구나 아무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일들을 해 나갈 수 있다.
돈과 권력을 위한 그 어떤 최고의 경쟁력도 결국 시간이 가면 2등, 3등 아니 꼴찌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나만이 나답게 베풀 수 있는 사랑과 평화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경쟁자가 없다. 나다움, 인간다움은 결코 2등이나 3등이 있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일류 국가와 일류 두뇌들이 평생을 바쳐 만들려는 그 어떤 기술보다 더 초격차 기술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 세상 무엇보다 귀한 나다움, 인간다움은 멀리하면서 인간성을 앗아가는 경쟁적인 기술에만 혼을 맡기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나만이 갖고 있는 나다움, 인간다움으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첨단 초격차 기술이다.

발행인 윤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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