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기자
9·11 테러 직후 우리 TV에서는 비행기가 초고층 건물로 충돌하는 장면, 어마어마한 폭발음, 하늘을 뒤덮는 검붉은 연기, 무너져 내리는 고층 건물,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사람과 쓰러진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된 뉴욕의 모습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방영했다.
뉴스 도입부에서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테러의 위협을 강조하기 위해 긴박한 시계의 초침 소리까지 넣어가며 비행기 충돌 과정을 몇 번이고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은 끔찍한 비행기 폭발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장면에 자신도 모르게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이 무심코 지나쳐 버리게 된다.
뉴스는 숨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었다. 빈 라덴을 테러의 범인으로 지목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가 한국 대통령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등장했다.
그런데 같은 시간 위성으로 방송되는 프랑스 TV를 보고 깜짝 놀랐다. 프랑스 뉴스에는…
폭발 장면이 아주 짧게, 그것도 멀리서 찍은 장면이 한 번 나왔을 뿐이다. 그다음에는 스튜디오에 국방부 장관과 안보 관계자들이 나와 대담을 시작했다. ‘이 사건이 프랑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프랑스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대응해 나가야 하는가?’가 주된 화두였다.
한참 논의하더니 이번에는 아랍 국가 연구소장, 범죄학 교수가 나와 ‘이번 사건의 배경은 무엇이고 언제부터 준비되었는지, 빈 라덴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