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요한 방송작가
초등학교 친구 G와는 다른 중학교에 다녔다. 그는 곧잘 자신은 성적도 남부럽지 않다며 진학에 대해서도 자신했다.
연합고사 성적이 안 좋아 재수해야 했던 친구들은 한두 문제만 더 맞혔으면 인문계를 갈 수 있었다며 불운을 탓했다.
나는 노력 부족을 탓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G는 친구들을 위로하며 그들의 불운에 함께 분노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갔다.
고등학교 생활이 안정될 무렵, 그가 순천으로 이사 간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떠날 시간은 다가왔고 우린 눈물로 그를 보냈다.
합격했다는 인문계 학교에서 그를 본 적 없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는 곧 잠적 한 달 후 그를 만난 곳은…
두 달 후 그가 가끔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우린 그의 동네를 급습,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던 그를 검거(?)했다. 당황한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떨어져 창피해서 거짓말했다고 고백했다.
어처구니없긴 했으나 그래도 친구가 돌아왔다는 생각에, 또 그가 그동안 홀로 삭여야 했던 고통을 생각하며 다시 어울렸다.
1년간 재수 끝에 드디어 인문계 고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온 그는 검도부에 들었다며, 늘 목검을 가지고 다녔다. 헌데 합격했다는 학교에서 그를 본 적이 없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는 곧 잠적했다.
한 달 후 그를 만난 곳은 충무로의 한 사무실이었다. 잡지 필름 작업을 하는 곳에 취직한 그는 국사에서 생각지도 못한 몇 문제를 틀려 시험에 떨어졌다며 검정고시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친구들은 안쓰러워하며 그를 용서했지만 나는 그가 완벽한 거짓말을 위해 목검까지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의 거짓말은 진보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가 검정고시 과목을 다 합격하고 수학만 패스하면 그해에 고교졸업장을 받는다고 했다. 2년이나 고등학교를 더 다녀야 했던 친구들은 그를 부러워했지만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검정고시는 모든 과목을 하루 만에 다 치르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만난 L은 열정적 언사와 빠른 일 처리뿐만 아니라 당구 점수가 무려 1,000이나 된다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난 처음부터 L에게서 G의 향기를 맡았다.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를 다녔다는데 학교 위치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그의 당구 실력을 사사 받기 위해 부사관 숙소에 당구대를 설치하고 매일 저녁 초청했지만 군대에서 감각을 잃었다며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즈음 군 복무 중인 차인표가 12박 13일의 결혼휴가를 받아 군대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L이 느닷없이 결혼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 시점이었다.
학생인 그가 군복무가 일 년이나 남았는데 갑자기 결혼하겠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여자가 있었다는 것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L은 결혼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약혼녀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며 울먹였다. 행정관은 휴가를 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장례가 끝났으니 괜찮다며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그가 대단하다고 칭찬했지만 난 믿을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는데 그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탈영을 해서 찾아가도 모자랄 판에 주는 휴가도 안 가겠다니…
하지만 이내 그의 깊은 뜻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부대 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