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의 세 개의 화살론
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공중을 향해
화살 하나를 쏘았으나,
땅에 떨어졌네. 내가 모르는 곳에.
화살이 너무 빠르게 날아가서
시선은 따라갈 수 없었네.
공중을 향해 노래를 불렀으나,
땅에 떨어졌네. 내가 모르는 곳에.
어느 누가 그처럼
예리하고 강한 눈을 가져
날아가는 노래를
따라갈 수 있을까?
오랜,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참나무에서
화살을 찾았네,
부러지지 않은 채로.
그리고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친구의 가슴속에서 찾았네.
헨리 롱펠로 화살과 노래
아베가 일본의 새로운 총리로 선출되었을 때 그의 마음과 결의는 마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으려는 전사의 그것과 같았다. 그는 세 개의 화살을 꺼내 들었다. 그의 경제정책은 흔히 ‘아베노믹스(Abenomics)’로 불리는데, 무제한의 양적 완화, 적극적인 재정지출, 경제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무기로 한다. 아베는 이 세 가지 조치를 따로따로 실시하면 효과가 없다며 세 개의 화살을 거의 동시에 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것이 아베 총리의 ‘세 개의 화살론’이다.
첫 번째 시도는 연간 인플레이션율을 2%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동안 1% 이하 인플레이션을 타깃으로 정했던 기존의 통화정책에서 커다란 전환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했다. 이를 위해 그는 총리가 된 다음 해 4월, 무제한 양적 완화라는 첫 번째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6월에는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안을 발표했다. 아베가 강한 추진력으로 경제정책을 밀고 나가자 시장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엔화가치는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였고,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세로 돌아섰다. 아베 정권이 출발할 당시 1달러당 80엔대였던 환율은 2년 6개월 후 126엔대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한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같은 기간 10,230에서 2년 후 20,133을 기록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취임할 당시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일본경제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으며 아베 총리의 성적표는 경제에서는 A-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무제한의 양적 완화가 장기적으로도 과연 성공할 것인가이다. 무제한 양적 완화와 공격적 재정지출은 단기적으로는 반짝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임금상승이 뒷받침되지 않고 단순히 돈만 찍어 물가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임금상승이 뒷받침되어야 소비자의 구매력이 증가하고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인플레이션을 보다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평균 실질임금은 1997년 이후 줄곧 하락해왔다. 그런데 2024년 현재 닛케이지수는 4만 엔을 넘고 연간 인플레이션은 2.8%로 상승하고 실질임금도 상승으로 전환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아베 총리의 ‘세 개의 화살론’과 관련해서 헨리 롱펠로의 <화살과 노래>가 떠오른다. 아베의 무제한 양적 완화는 쏘아 올린 화살처럼 시선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시인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한 참나무에 박힌 화살을 찾았지만, 아베의 화살은 목표로 한 과녁에 박혔을까?
2024년 3월 19일, 일본 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함으로써 ‘아베노믹스’ 시대가 마무리되었다. 주가 상승, 물가 회복, 실업률 감소는 진행 중이지만 정부 부채 상승 등 구조적 문제는 지속되고 있어 아베노믹스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기향 경제학과 교수
서울법대 졸, 와튼스쿨 박사
플로리다애틀랜틱대 종신교수
2001년 ‘올해의 교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