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미혼남녀 모임에

박미라 강사

몇 년 전 친척이 아들의 결혼 소식을 전하며 신부 집이 부자라 신혼집도 마련해 온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겉으로는 며느리 잘 얻어 좋겠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영 씁쓸했다.

친척이 아들 결혼 소식 전하며 신부 집이 부자라고 자랑 겉으론 축하했지만 씁쓸해

삼십여 년 전 나는 외무고시에 합격한 사람과 맞선을 봤는데, 어느 정도 호감이 생기고 일이 진척되려는 순간 시어머니 되실 분이 아파트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 아들이 이렇게 잘났으니 아파트 정도는 여자가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그 말에 부모님과 나는 매우 불쾌했고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다.
어느덧 두 딸의 결혼을 고민해야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여태껏 대학진학과 취업까지 큰 어려움이 없었기에 이제 자식들 걱정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결혼은 때가 되면 자연히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하게 되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결혼적령기를 눈앞에 두니 너무도 안일한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인생의 동반자를 제대로 만나는 일인데 그동안 나는 대학진학이나 취업에만 신경을 썼던 것이다. 원하는 배우자를 만나려면 먼저 올바른 결혼관부터 확실히 갖추고 결혼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순서가 맞겠다 싶었다.
그래서 딸들에게 흰물결 결혼아카데미를 권유하자 큰딸은 마지못해 따라주었고 작은딸은 엄마가 먼저 참석하면 나중에 가겠다고 미루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그동안 친구 자녀들 결혼식에 다녀와서 결혼식이 얼마나 호화로웠으며 신랑의 학벌과 직업은 얼마나 좋은지 부러워했고 우리 딸들도 남부럽지 않은 결혼을 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은근히 내비쳤었다.
평소 딸들에게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화가 잘 통하고, 서로 공감해 줄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는 거라고 말해왔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세속적인 욕심도 포기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이중적인 속마음을 작은딸에게 들킨 것 같아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했다.
큰딸과 함께 결혼아카데미에 갔는데 200여 명이나 되는 많은 참석자에 놀랐다. 참석한 부모들과 대화하면서 자녀들의 결혼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의를 느꼈고, 결혼아카데미에서 추구하는 올바른 결혼 가치관 정립에 모두 공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결혼과는 전혀 상관없을 듯한 신부님도 참석해서 모두 의아해했는데, 신부님은 자신이 결혼하려고 온 게 아니라 본당 청년들의 결혼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아 배우러 왔다고 해서 웃음과 큰 박수를 받았다.
손녀딸의 결혼이 염려되어 온 나이 지긋한 할머니도 계셨고 말 안듣는 아들을 대신해 혼자 온 부모들도 꽤 있었다.
처음에는 서먹해하던 미혼남녀들도 조별모임에서 자유로운 대화를 하면서 점차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미혼남녀 1:1 대화와 만남’ 프로그램에서는 서로 맘에 맞는 짝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의는 ‘삶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의 만남, 그것도 인맥을 쌓기 위한 가짜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진짜 만남이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이 통하고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맞았을 때 그 인생은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 것인가!
강의 중에 본 ‘아빠의 꿈’이라는 동영상은 전율을 느낄 만큼 감동이 커서 잊히지 않는다. 윤 학 대표의 맏딸 결혼 이야기였는데 부모의 가치관이 결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위대한 유산은 결코 물질적인 재산이 아니라, 평생 함께 살아갈 인생의 반려자를 올바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곧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니 이보다 더 값진 유산이 어디 있을까! 부모로서 반성도 되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결혼아카데미에 200여 명이나 참석해 놀라 서먹해하던 미혼남녀들도 자유롭게 대화하며

결혼아카데미는 자녀들뿐 아니라 부모들이 꼭 들어야 하는 필수강좌였다. 세속적인 경쟁 가치를 추구하지 말고, ‘상상하면 이루어진다’는 신념을 갖고 사랑, 나눔, 배려와 같은 비경쟁 가치를 추구하라는 이야기는 돈, 명예, 학벌 같은 경쟁적 가치에 매달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요즘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가슴으로 새겨들어야 할 값진 이야기였다.
강의를 듣고 난 후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꿈꾸는 삶을 향해 꿋꿋이 나아간다면 그런 삶이 분명 이루어지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좋은 사람 만나기 쉽지 않아 결혼이 마냥 어렵기만 하다는 요즘 이런 강좌가 있고 만남의 장이 마련되어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하다.
그날 참석한 한 부모는 “진작에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말했다. 건전한 배우자를 찾는 미혼 젊은이들은 다른 곳에서 헤매지 말고 <결혼아카데미>에 오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같은 고민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었던 하루, 게다가 감동까지 컸기에 종일 마음이 따뜻했다.
마치고 나오니 길 맞은편에 하얗게 줄지어 핀 목련꽃들이 흰 물결을 이루며 오늘따라 더욱 빛나고 아름다웠다.

박미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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