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 피아니스트

중학교 2학년까지 나는 친구들 간에 인기도 있었고, 자존심도 강했다. 그리 공부를 못하지도, 못생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4월쯤 되었을 때, 우리 반 성현이가 아이들이 내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거였다.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말문이 막혔다. ‘도대체 내게 왜 그러는 거지?’
성현이가 하도 거칠고 위협적으로 막으니까 그전에 친했던 친구들마저 어느새 나를 피하며 모르는 체했다. 쉬는 시간마다 싸늘한 성현이의 눈초리가 내 목을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쉬는 시간은 10분이라 견딜 만했지만 점심시간엔 완전히 지옥이었다. 나 혼자 외롭게 점심을 먹는 기분이란…
난 참다못해 아이들 앞에서 정면으로 성현이에게 물었다. “도대체 날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내가 너에게 뭘 잘못했니? 말해주면 즉시 고칠 테니까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말하다 보니 감정이 격해져 울먹였지만 성현이는 들은 척은커녕 날 쳐다보지도 않았고 어느 누구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반 전체 58명 대 1의 싸움이었다.
너무 속상해서 제발 날 미워하지 말라고 엉엉 통곡하다 보니 갑자기 입이 옆으로 돌아가 버리는 게 아닌가! 그걸 본 아이들이 놀라서 양호실로 데려가 주었다. 하지만 성현이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양호실에서 안정을 취하니 입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난 더욱더 냉랭한 교실에 돌아와 혼자 쓸쓸히 자리를 지켰다.
성현이가 아이들 내 근처에 접근 못 하게 차단 쉬는 시간은 견딜 만했지만 점심시간엔 외로워서
성현이는 나와 1, 2점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적이 비슷했지만 집안 사정상 상업고등학교로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날 불쑥 “누군 돈 많아서 인문고 가고 에이 재수 없어! 퉤!” 하는 게 아닌가. ‘아! 그거였구나. 성현이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가…’
난 그날부터 결심했다. ‘내 인생은 내 꺼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를 미워하는 한 사람 때문에 내 귀한 삶을 포기하고 좌절할 수 없어. 반 전체가 날 친구 안 해주면 어때? 공부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이젠 성현이도 다른 아이들도 두렵지도, 별로 중요한 존재로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 목표가 확실히 보였다.
그날부터 난 혼자 점심 먹는 것도 즐길 수 있었으며 쉬는 시간이면 참고서에 집중하거나 옆 반 친구를 찾아가서 재밌게 수다를 떨고 웃으며 다시 들어왔다. 난 거울을 보며 연습했다. ‘난 혼자여도 쓸쓸하지 않아’ 하지만 그때 찍은 학급 사진 속 나는 한쪽 구석에 박혀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러던 중 가을 무렵 1번 인숙이와 짝이 되었다. 왕따인 나랑 짝이 된 인숙이 기분이 나쁠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짝이 된 지 며칠 되었을 때 인숙이가 갑자기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예전부터 성현이와 아이들이 너에게 그러는 게 참 이상했어. 네가 불쌍했는데 먼저 말하기가 좀 그랬어. 이젠 짝이 되었으니 네 친구가 되어줄게” 난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불쌍했다는 말조차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인숙이는 나랑 다정하게 화장실도 같이 가고 점심도 같이 먹고, 하굣길에도 버스정류장까지 함께했다. 나는 너무도 행복했다. 그 키 작은 인숙이의 큰 용기 때문에…
그 후 이상하게 다른 아이들도 서서히 나에게 다가와 먼저 말도 걸고, 물건도 빌려주고, 어느 사이엔가 점심도 같이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이젠 아이들도 성현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중엔 두세 명만이 성현이와 함께했다.
고입 연합고사를 보고 집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던 어느 날이었다. 전화가 울려서 받았는데 아무 말이 없었다.
“여보세요?” 몇 번을 불러도 답이 없어 끊으려는 순간 “나 성현이야”
어느 날 불쑥 성현이가 ‘누군 돈 많아서 인문고 가고 재수 없어!’ 아! 그거였구나! 그날부터…
전태윤 피아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