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표 여행가

‘라이프 테라피스트(Life Therapist)’ 금색 바탕의 명함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직업이다. 생활설계사나 심리치료사는 들어봤어도 인생 치료사는 처음이었다.
어찌 들으면 고상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데다가 친구의 경험담까지 더해지니 ‘인생을 치료한다’는 그 사람이 궁금해져 직접 만나 보게 되었다 .
그는 강남의 큰 규모 오피스텔 두 개를 쓰고 있었다. 하나는 차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근사하고 고급스러운 사교 장소였다. 다른 한 곳은 은은한 향 내음에 특이한 그림과 조각품으로 장식한 요가 수련원처럼 되어 있었다. 무겁지만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땅 팔고 빌딩 사려는데 시기적절한지, 동업자 괜찮은지 고민될 때 ‘인생 치료사’ 찾는다고
친구는 머리를 식히려 온천에 갔다가 그를 우연히 만나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알고 지내게 됐다고 했다. 어려움이 있을 때 가끔 만나면서 술친구도 하고 도움도 받게 되었단다.
어느 날 인생 치료사의 사무실에서 전 회원들이 모이는 친목 파티가 있었다. 여성은 이브닝드레스, 남자는 정장 차림의 세련된 모임이었다. 나는 격식에 맞지 않는 옷차림이었지만 특별 허락을 받고 그 자리에 끼게 되었다.
박사, 의사, 유한마담, 대기업 중역, 교수, 중소기업 사장 등 한꺼번에 여러 회원을 만나 돌아가는 전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루는 친구를 만나 인생 치료사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느냐고 물었다. 가령 땅을 팔아서 빌딩을 사려고 하는데 시기가 적절한지, 동업을 하자는 사람이 있는데 해도 괜찮은지 등 확신이 없어 판단이 서지 않을 때 고민을 치료받았다고 했다. 결과가 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의지가 된다는 것이었다.
일 년 지난 후 친구를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요즘도 치료받으러 다니냐고 농담조로 물었다. 친구는 지금은 그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좀 두려고 하지만, 술이나 담배를 끊으려 할 때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마음이 답답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전화를 걸거나 늘 회원들이 반겨주는 따뜻한 사랑방 같은 그곳을 자연스레 찾게 된단다.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