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악인이 선행을 했다고?

판사는 이렇게 재판한다

하광룡 변호사

고위 공무원의 아들 행세를 하며 사귀는 여성으로부터 중고 외제차 수리비, 용돈 등을 편취하다가 여자를 사창가에 팔아 넘기기까지 한 사람이 고등법원 우리 재판부에 배당되었다. 1심에서 사기, 인신매매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것이었다.
피고인이 그 여성(고소인)을 인신매매한 것은 한 번이 아니었다. 사창가에 팔린 고소인이 천신만고 끝에 탈출하여 피고인을 만나 따지자, 피고인은 미안하다며 계속 만나자고 한 후 재차 고소인을 속여 다시 인신매매를 하는 어이없는 악행을 한 사람이었다.
피고인은 평소 폭력범죄단체와 관련된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는 등 불량한 생활을 해 온 사람이었는데, 고소인이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간언하기도 했으나 피고인은 그냥 내키는 대로 살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평범한 여성이 이런 남자를 만나 그 생활 모습을 알게 되면 실망하여 그 곁을 떠나거나 거리를 두는 것이 보통일 텐데, 피고인의 용모가 곱상한데다 뭔가 다른 매력이 있었는지 고소인은 야금야금 알게 모르게 돈을 편취당하면서도 피고인을 계속 좋아한 것이었다.

고위 공무원 아들 행세로 외제차, 용돈 편취하다 여자를 사창가에 팔기까지한 피고인을…

이렇게 피고인에게 이상하리만큼 빠진 나머지 두 번이나 인신매매 당한 후에야 피고인을 고소한 것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이 정도면 치를 떨며 피고인에 대하여 엄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보통일 텐데 희한하게도 고소인은 항소심에서 오히려 피고인의 선처를 간곡히 요청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몇 번이나 제출하였다.
피고인은 폭력배들과 만나며 나쁜 행동을 하게 되었을 뿐, 원래는 심성이 착한 사람이므로 이런 피고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고소인이 피고인을 설득하여 원래의 착한 사람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논리였다.
피고인이 원래 착한 사람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제출한 자료는…

하광룡 변호사, 前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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