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이렇게 재판한다
하광룡 변호사
대학 입학시험에서 학부형들의 청탁을 받고 교수들이 성적을 조작하여 수험생들을 합격시킨 사건이 있었다. 그 사실을 폭로한 교수는 비리에 가담한 교수들의 무고로 학교에서 쫓겨 나는 등 갖은 수모를 겪었다. 그로 인해 학생들의 데모 사태가 악화되어 끝내는 경찰 수 명이 불에 타죽은 사태까지 발생했다.
소요 사태를 무조건 싫어했던 정권이 물러나고 문민 정권이 들어서자 입시 비리가 양지에서 다루어지게 되었다. 피고인 교수는 이런저런 루트로 재판장인 내게 은근히 청탁하기도 하였다. 장기간의 심리 끝에 나는 무거운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판결 이유를 설명하고 검사 구형량과 동일한 형을 선고하였다.
“우리나라의 서민들 대부분이 허드렛일, 막일, 어려운 일 마다 않고 묵묵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큰 불만 없이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은 이 자식들 학비라도 대주면 그 자식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아 그나마 계층의 벽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라 할 것이다. 이는 교육의 기회는 균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수라는 자가 청탁 받은 학생들의 수험 성적을 조작하여 부정 입학시킨 것은 일반 국민들의 절박한 믿음과 희망을 짓밟는 행위로서 사회의 안전성을 심히 해치는 파렴치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피고인은 용감하게 입시비리를 고발한 동료 교수를 오히려 무고하고 그의 교수직을 박탈하게 하는 무도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한편 피고인의 입시비리를 규탄하는 학생데모가 과격하게 일어나 아무 죄도 없는 전경 수 명이 불에 타서 사망하는 끔찍한 사태를 불러일으켰으니, 피고인은 범행에 대하여 용서해 달라는 말을 할 자격도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뉘우치기는커녕 사실을 호도하고 여기저기 자신의 구명운동에만 전념하고 있으니 이러한 피고인에 대하여 중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